2010년 7월 12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유리동물원

유리동물원



고백하건데 안에 있을 때는 정치판이 이렇게 비쳐지는 곳인지 몰랐다. 이렇게 까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몇 년간 정치판을 떠나 보니 알겠다. 국민들이 어떤 심정으로 정치판을 지켜보고 있는지.

밖에 있으니 환히 들여다보이는 정치판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유리동물원 속 원숭이를 구경하는 기분이 이럴까...

우스꽝스러운 원맨쇼가 따로 없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에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지경이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 자신을 치장한들 국민들 눈에는 벌거벗은 임금의 자아도취일 뿐이다. 그 후진성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한심하게 비쳐지고 있는지 안다면 차마 못할 짓들을 멀쩡한 표정으로 해내고 있는 무모함이라니.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어되지 않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백가쟁명의 한나라당에서도 비슷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죽하면 직전 대표가 이대로 가다간 (한나라당 운명이) 타이타닉 같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겠는가.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만으로도 기운 빠진 당의 명운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당 존립을 위한 외연 확장 기회로 삼아야하는 전당대회의 원래 목적이 무색해질 정도로 치명적인 공격과 독설이 난무하고 있다. 사욕 때문에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지켜보고 있는 국민이나 당원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 것 쟁취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들이다. 스스로의 행동이 당에 어떤 식으로 위해를 가하고 있는 지조차 알지 못하는 이기심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명색이 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전국적인 이슈 하나 없다. 국민적 지지는커녕 관심조차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올망졸망 난립된 후보들이 명분도 철학도 없이 그저 치고 박기로 그들만의 치졸한 리그에 열중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당 전체의 명운을 갉아먹는지도 모르고 서로를 향한 삿대질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니.

그렇다고 처절한 자기반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열 명이 넘는 후보들이 자신만큼은 당의 과오와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결과로 당에 철퇴를 가한 민심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우리 당이 이런 잘못을 했다. 너무나 잘못됐다. 앞으로는 잘 할 테니 용서해 달라는 읍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정작 있어야 할 고해성사는 없고 오직 나만 잘났고 다른 후보는 못났다는 주장 투성이다.

그렇게 해서 지도부가 선출된 들 어떻게 그 권위를 보장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과 당원에게 철저하게 외면받는 지도부는 안타깝지만 단명할 게 뻔하다.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한 두사람의 개인적인 영향력으로 조종되는 정당구조로는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게 돼 있다.

아무리 용을 써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담지 못하고 정권재창출을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다.

핵심은 지도부의 의중이 아니라 민심이라는 엄밀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전대를 통해 기존 틀을 깨고 거듭나야 그나마 살 길이 있다. 입으로만 외치는 쇄신이 아니라 뼈 속 깊이 반성을 거친 쇄신의지로 당 재건에 나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어야 한다.

계파와 보스에 매달리기보다 세상과 국민을 바라보는 새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느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유리동물원을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일 것이다.



한명이라도 내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해 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희망의 분량이 많은 증거가 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2010. 7. 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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