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8일 목요일

홍문종생각-블랙리스트

블랙리스트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트위터를 통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자 KBS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과잉 대응이 아닐까 싶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특별한 복안이 있다면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수순처럼 고발을 감행했다면 KBS의 패착이 분명하다. 우선 당장 진중권, 유창선 두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내놓으며 가세하자 KBS에 대한 비난여론이 빠른 속도로 번지는 정황만 보아도 그렇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 권력 주변부에 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압 시비는 비단 KBS 뿐 아니라 여타 사례를 통해서도 국민반감을 불러온 전력이 있다.

펄쩍 뛰며 결백을 주장하는 KBS보다 김미화의 하소연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작금의 상황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있어 입맛에 맞지 않은 인사들에 대한 권력 주변부의 압력행사 혐의는 거의 확신범 수준이다. 김미화의 ‘단발마’에 그토록 많은 사람을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확신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김미화를 또 한 명의 김제동으로 복제시키고 있다. 평범한 개인을 힘 있는 반정부 인사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비슷한 경로로 형성된 퇴출 인사들의 유명세가 민심에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보라. 정치권의 러브콜 대상이 될 만큼 거물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이 총공세에 시달리며 수세에 몰리고 있는 걸 보면 트로이 목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국민여론이 KBS에 핵심세력이 주도하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보다 신뢰받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암담한 현실을 목도하는 심정이 착잡하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식의 구설은 집권당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자칫 허명이라도 이름을 날릴 목적이나 이를 부축이는 세력에 의해 제2, 제3의 ‘블랙리스트’ 파동이 획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을 걱정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물론 정치적 중립이 담보돼야 할 조직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이 외부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중립성과 공공성을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힘 있는 인사들의 각성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권력의 향방과 상관없이 공공성 유지가 가능한 항구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해 보자.



트위터 세대를 따라잡을 수 있기 위한 기성세대의 고군분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트위터 세대에 대한 대응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인력도 별로 없는 검경이 이들을 따라잡겠다며 무조건 감시대상으로 몰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세대와의 공감대 확보는 물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아젠다나 컨텐츠 개발 등의 합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의 장점을 본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현란함에 빠져들지 않는 지혜도 요구된다.



때 마침 은평 재선거 국면에서 신경민 MBC 앵커가 이재오 전 권익위원장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블랙리스트 파동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처신이 뒤따라야겠다. 지난 지방선거의 악몽을 재현하는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0 . 7. 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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