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5일 월요일

홍무종생각 - 영포회

영포회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이른 바 '영포회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 않다.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얘기다.

경북 포항 출신 고위공무원 모임인 '영포회'가 불법사찰을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청와대와 여당까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포회 조직에 권력 실세가 관여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튀어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며칠 전에는 불법 사찰의 피해 당사자가 자신이 당한 봉변을 고발하는 시사프로그램이 안방에 방영되기도 했다. 평생을 공직과 무관하게 살아온 한 민간인이 영문도 모르는 사이에 관의 횡포에 인권을 유린당한 사실이 여러 정황과 함께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영포회’라는 초법적 기구가 존재하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이런 구시대적 발상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고 그런 세상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권력의 횡포가 한 개인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자신 사찰 대상으로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의식해야 하는 긴장감은 거의 공포다. 그것이 얼마나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행태인가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마저 말살시킨다는 점에서 당사자에게 남기는 상처가 너무 깊다고 할 수 있겠다.



시중에 퍼지고 있는 이런 저런 ‘설’들을 듣고 있자면 기가 막힌다. 거의 백주 대낮에 활개를 치고 있는 강도떼들의 괴담 수준이다.

문제는 중심을 잃은 무소불위의 권력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권력에 기댄 측근들이 스스로의 권력에 취해 버린 나머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대박 난 로또 주인이라도 된 양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르다 탈이 난 것이다.

정권 종식의 단초가 되었던 3.15 부정선거와 부마사태가 떠오른다.

그 때도 사찰과 공포정치가 문제였다. 사찰에 이어진 강력한 공포정치가 이 두 사건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해관계로만 똘똘 뭉친 정권의 말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도덕과 원칙을 갖추지 못한 리더십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도 너무나 잘 아는 우리다.

왜 민간인 사찰 파장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건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 주는 배경이 아닐까 싶다.



영포회의 망령에서 망국병으로 지탄받고 있는 지역감정을 활용하려는 교활한 기회주를 발견하게 된다.

지역주의를 이용해 자신들의 뱃속을 불리려는 의도는 매국의 개념으로 처리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좀 먹는 지역감정을 부축여 자기들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파렴치함은 온 천하에 공개해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할 '불의'다.

'우리가 남이가'를 찾으며 족보를 따져 성골과 진골의 명확한 구분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튼실히 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무리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는 불행한 대한민국이다.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짓도 서슴지 않는 그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덕분에 우리의 선진화는 한참을 뒷걸음질 한 상태가 됐다. 소인배들의 소탐대실이 그동안 뜻 있는 이들의 노력을 단숨에 무위로 돌려버린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이 땅의 정의를 어떻게 회복시켜야 할지 암담하다.



사조직으로 대한민국의 인권을 묶으려는 어리석은 시도야말로 우리의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치명적인 권력 내부의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는 걸 보면 대형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 시키고 보수 정권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무리들이 더 이상 우리사회를 농단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 뿐 아니라 온 국민과 정치권도 함께 진상규명에 나서도록 하자.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를 좀 먹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파수꾼이 되어야겠다.
(2010. 7.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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