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칭찬받아 좋은 날

칭찬받아 좋은 날

모교(서울 대광 중고등학교)의 64주년 개교 기념일에 모교를 빛낸 동문상을 받았다. 8년 선배인 무학교회 김창근 목사님, 5년 선배인 대우건설 서정욱 사장님, 그리고 2년 선배인 차병원과 중문의대 차광열 이사장님과 함께였다.
졸업한 지 38년 만에 선후배 동문의 축하를 받으며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이 생각보다 컸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인연으로 상을 받은 경험이 적지 않지만 그 어떤 상보다 나를 설레게 했다. 특히 국회의원도 아닌데 받는 상이어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상을 받아도 개운치 않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단순히 상 받는 기쁨으로만 정리되지 않는 묘한 감흥이 ‘모교의 선물’을 더 각별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평소 아끼던 후배들과 친구들의 축하도 행복했지만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저녁에 귀가하니 온 가족이 케잌을 사다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모님께서는 내가 국회의원 당선됐을 때보다 더 들뜬 모습으로 ‘모교에서 칭찬받은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셨다.
그 와중에 어머니께서는 ‘아버지 덕분이라고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라는 당부를 챙기시는 한편, 내 아이들에게는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너희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는 단골 레퍼토리로 아들자랑을 겸한 세뇌작업을 잊지 않으셨다.






홍문종 총장,
김창근 무학교회 목사,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돌아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을 비교적 평온하게 보낸 기억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대로였던 건 아니었다.
이유를 따지자면 사연 많은 나의 인생 역정(?)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모교(대광중학)과의 인연을 입학이 아닌 전학으로 시작했다. 당시 명문으로 꼽히던 수송 초등학교(지금은 중구청으로 쓰이고 있고, 학교는 없어졌다)를 졸업했지만 원하는 중학교 진학에 실패하고 낙향의 길을 걸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여를,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 농사를 돕고 소꼴도 베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의정부 중학교에 몸담고 있다가 서울로 귀환한 게 대광과의 첫 조우였다.
과외와 번쩍거리는 구두로 대변되는 당시의 학교 환경은 내게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부각되기에 충분한 자극이었다. 고관대작 자제들이 우글거리던 명문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재생시켜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나의 서울 정착이 그렇게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친구들의 놀림은 물론 1년 동안 팽팽 놀다가 전학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누구도 의정부에 쌓아올린 내 튼실한 기반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의정부 골목대장 감투도 별 반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에 올라와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었으니 한동안은 생존을 위해 세 과시로 존재감을 증명하는 처지를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나의 수상을 축하하러 온 친구 중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하고 최소한 열 번 이상 싸우고 각별한 사이가 된 친구의 얼굴도 있다)

사실 모교의 동문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많다.
의사나 교수, 목사 등 전문분야에서 두드러진 명성을 얻고있거나 주목받는 사업가들로 성공한 동기들도 많다. 불멸의 야구선수 김재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나를 ‘자랑스런 동문’으로 지목한 것은 앞으로 모교에 애정을 갖고 모교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는 주문이 아닐까 싶다.
행사 일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학교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학교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퇴락한 느낌이었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들 때문에 더욱 초라해 보였다. 40여 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교에 드물었던 강당이 있었고 최첨단 어학실과 과학실 그리고 스팀 난방장치 등의 최첨단 시설로 호화 귀족학교 소리를 듣던 위세를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어떤 식으로든 모교의 과거 명성을 되찾는 데 수고를 아끼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후배들을 위해 강의 일정을 잡아달라는 교장선생님의 청을 받고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삶으로 본을 보여주는 선배가 되겠다고 새롭게 새긴 다짐도, 나이가 더 들어버리신 은사님들을 바라보면서 더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칭찬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역시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 같다.
학교 행사 말고도 전쟁기념관에서의 리더십 강연, 주요 모임의 대표자 회의 등 유난히 일정이 빽빽한 하루였지만 온 종일 들뜬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다. 모교에서의 감흥이 준 에너지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2011. 10. 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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