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정치 리모델링

정치 리모델링


서울시장 선거전 분위기가 갈수록 태산이다.
양 후보 진영의 상대후보 흠집내기가 도를 넘는 형국이다.
폭주하는 네거티브에 후보들이 더할 나위없이 형편없는 인격체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기다간 누가 시장으로 선출된들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이들의 공방대로라면 서울 시민들은 부적격자를 시장으로 선택하게 되는 어이없는 결론이다.

하는 행태를 보면 이번 선거 역시 실패의 조짐이 역력하다.
후보들의 볼썽사나운 대응이 정당정치의 위기국면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두가 국민 신뢰는 안중에도 없다.
정치권은 민심에 귀를 닫고 민심은 정치권을 외면한 가운데 그들만의 리그로 치르는 선거가 성공을 거둘 리 만무다. 더구나 역대 어느 선거도 특별히 뜨거운 성원이나 박수갈채 속에서 치러진 기억이 없다.
탐욕스런 선거판에 보내는 국민 냉소가 시베리아 냉기를 능가할 정도로 싸늘하다.
며칠 전 만난 하버드 동창회 회장단 모임에서도 흉흉해진 저자거리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들이 전하는 민심의 현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실책에 대한 불만의 정도가 생각보다 깊고 크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최소한 한번만이라도 자성의 기회를 할애했다면 정치권 전체가 이렇게까지 난국에 처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중학교 3학년 때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찬조연설자로 나섰던 한 친구의 재기발랄한 코멘트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단상에 나서자마자 그는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친구들에게 돼지라고 놀림을 받고 있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러더니 정색을 한 표정으로 돼지의 강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여러분, 실제로 돼지는 깨끗한 걸 좋아합니다. 다른 가축에 비해 협동심도 있고 사람에게도 정말 많은 것을 주는 유익한 가축입니다.”라며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몰아붙이지 않고도 자기가 선택한 후보를 회장에 당선시키는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비록 어린 친구였지만 여느 선거 참모 못지않게 우수한 전략을 썼다.
무엇보다 후보의 약점을 강점으로 부각시켜 유권자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전략은 오늘날 네거티브 독성에 찌들어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더도 말고 그 순기능적인 요소만이라도 벤치마킹 하면 어떨까 싶다.

며칠 있으면 이 혼탁한 선거전도 막을 내리게 된다.
누가 이길지 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의 문제다.
분열된 국민 정서를 봉합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작업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계속해서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인 이전투구로 공론이 분할되는 소모전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의 큰 틀을 바꾸는 수고 없이는 위기와 불안에 사로잡히는 삶이 이어지게 돼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치가 아닌 기쁨의 매개체가 되는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정치 리모델링에 나서 보도록 하자.


(2011. 10. 2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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