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하와이 독립문화관

하와이 독립 문화원

하와이에 와 있다.
하와이 독립문화원의 이사장 취임을 위한 일정 때문인데 대를 이어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바쁜 일정을 쪼갰다.
이 곳 독립문화원과 아버지 사이의 각별한 인연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전 일본인들이 독립유적지였던 이곳을 콘도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사재를 털어 독립문화원을 조성하겠다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의지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하와이 항일투쟁사 일부가 일본인 소유의 콘도에 짓눌려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독립문화원은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정서로 다가서는 공간이다.
독립유적지 보존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아 매진했던 아버지의 열정과, 먼 이역 땅에서 고국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애국지사의 얼이 깃든 곳이라는 점에서 더 그런 것 같다.
하와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공식적인 미국이민이 시작된 곳이다. 1902년 제물포항에서 증기선을 탄 121명을 필두로 1905년 이민이 금지될 때까지 모두 7843명이 이곳에 이주해 정착했다.
그렇게 이주한 애국지사들은 사탕수수밭에서 일한 돈으로 임시정부 활동을 도왔다.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풍전등화 같던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며 본토수복을 위한 결사항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현재의 독립문화원 터는 그분들이 결성해서 활동했던 ‘국민회’ 건물이 있던 장소로 순결한 항일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곳이다.
그런 만큼 독립문화원이 상징하는 역사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안타까운 건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의 관심이나 뒷바라지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고 급기야 외면과 방치가 거듭되면서 독립유적지들이 유실되고 있다.
우리의 현재가 조국이 기약없는 불운에 흔들리고 있을 때 불꽃처럼 자신을 태우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이들이 처절한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조국이 불행할 때 홀연히 나서 모든 것을 던졌던 조상의 숭고한 흔적들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참으로 부끄러운 무능함을 방기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선진 그룹을 자처하면서도 아픈 역사를 대하는 무심함은 지나치게 후진적이다.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가 유기돼 있는 현실이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해외 독립 유적지의 역사적 배경이나 흔적이 지워질수록 대한민국의 국격도 비례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감추고 싶은 치부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조국의 사소한 인연까지도 국가의 자존심 반열에 올려놓고 최선을 다하는 게 상례였음을 기억하자. 더불어 국가가 세심하게 예우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건 해외 교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각성도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 정부나 국내 기업가 적극적이고 항구적인 지원책으로 해외에 흩어진 유적보호에 적극적인 관심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때 마침 이 곳 하와이는 11월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교민사회 전체가 들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자리에 초대될 100명 인사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미묘한 신경전도 있다는 후문이다. 역대 대통령 방문 때마다 되풀이되는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대 명단에 교민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사 대신 지탄받는 인사들이 섞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대통령 방문이 교민사회 단합이 아닌 분란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초대자 명부를 어떤 기준으로 작성할지 모르지만 이번 만큼은 최대한 투명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결과물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반드시 참석해야 할 인사에 대한 세심함이 있어야겠다.
뻔한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정부가 특별히 배려하지 않으면 초대받기 어려운 독립유공자나 항일투사의 자손을 위한, 필요하다면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라도 모시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2011. 10.13)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