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7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굿 바이~ 잡스

굿 바이~ 잡스

이번에는 스티브 잡스의 부음이 지구 건너편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예고된 불행이었지만 무거움이 가슴을 파고드는 소식이었다.
남다른 삶의 자취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 버린 천재의 부재를 알리는 조종소리에 온 종일 회색빛에 갇혀 헤맨 사람은 아마도 나 하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외롭지 않은 그의 마지막이 한 줌 위안이 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세상과의 인연을 거두는 스티브 잡스를 배웅했다. 많은 이들이 진심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인류역사의 새 기원을 마련한 고인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의 삶에 최선을 다해 세상을 잘 살다간 영웅의 자취를 기려 주었다.

언젠가 잡스가 자신을 있게 한 인생의 결정적 축복, 3가지를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판단으로는 축복은커녕 인생 가도에 걸림돌이 되기에 충분한 최악의 설정들이었다.
실제로 돈이 없어 6개월만에 대학을 포기했고 자기가 만든 애플에서 축출됐다. 그리고 예고된 죽음 앞에서 언제 죽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두려움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잡스는 그 어느 것도 자신의 인생에 해악을 끼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대학의 중도 포기는 흥미에 따라 다양한 공부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애플에서 쫓겨나 백수가 됐을 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죽음이 예고된 인간의 한계의 경우, 하루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충실하게 지내는 방법으로 반전을 꾀했다. 인생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들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적 상황으로 바꿔 버린 것이다.
결국 그런 기질들이 잡스가 IT 업계의 독보적 존재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한 결정타로 작용한 셈이다.

곳곳에 명료하게 박혀있는 巨人의 자취가 연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들여다보니 56년이라는 길지 않은 삶을 통해 고인이 세상에 남긴 업적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다.
무엇보다 동갑내기로 동시대를 살아온 깊은 인연이 있는 내게 그의 생애는 남다른 감회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불과 40여일 정도 뒤늦게 태어난 미세한 시차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티브 잡스 관련 자료를 더듬으며 나의 삶과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사생아로서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친 잡스와 내가 환경적 측면에서 일치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건은 다르지만 나 역시 잡스 못지않은 굴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은 내 화려한(?) 학업 이력을 꼽을 수 있겠다.
잡스처럼 학교를 도중에 그만 둔 건 아니지만 잡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전적이다.
다양한 분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았던 중고교 시절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성적을 비롯해서 초등학교 4번, 중학교 2번의 전학생활로 쌓은 내공의 역사,(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생각해보라), 거기다 미국 유학을 통한 신학, 행정학, 교육학, 법학, 정치학 등 엄청나게 다양한 학문의 종류는 둘째치고 내가 다닌 대학 역시 일일이 열거하려면 필기구가 필요할 정도다. 그 과정에서 학생회장이나 반장등 수없이 많이 당선의 영광도 있었지만, 낙선의 다양한 이력 역시 만만치않다.
고려대를 비롯해서 미국의 리버티, 스탠포드, 하버드 그리고 동경대와 북경대를 돌면서 4개의 석사 학위와 3개의 박사학위를 남겼으니 하는 말이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몸살을 앓던 청소년기의 내 방황의 역사이기도하다.

2번의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던 정치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던 건 마찬가지다.
복잡한 사연이 펼쳐지는 와중에 탈당도 했고 공천탈락도 겪었다. 한참 잘나가던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시절에는 잠깐의 방심으로 내부세력의 표적이 되어 좌절을 겪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선거법 위반에 발목을 잡혀 오랜 시간 동안 분루를 삼키는 와신상담을 경험하기도 했다.
결국 그런 시간들이 또 다른 측면에서 정치적 내공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픈 상흔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는 전 세계에 울림을 주고 있는 그에 대한 부러움이 내 뇌리를 지배하고 있다.
잡스처럼 전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 땅에서만큼은 반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그의 힘 있는 목소리가 하루를 정리하는 내 귀에 또렷하게 각인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당신의 소망은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잡스의 격려가 에너지를 생동시키고 있다.

굿 바이~ 잡스.


....홍문종 생각
(201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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