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전령사가 되자

전령사가 되자

선거를 열흘 앞두고 정치판이 설설 끓고 있다.
온갖 험한 말들이 오고가는 선거 캠프는 딱 전쟁터 분위기다.
특히 목불인견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전이 더욱 그렇다.
후보 진영 간 비방과 폭로가 도를 넘는가 싶더니 급기야 고소 고발로 이어지면서 사생결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이 무슨 짓을 해서든 이겨야겠다는 이기심이 염치도 체면도 다 벗어던진 탐욕스런 원초적 본능만 남겨놓은 듯싶다. 선거 시작 때만 해도 정책 대결을 약속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던 후보들이 며칠 사이에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는 양 으르렁거리고 있다.

후보의 학력 시비는 선거 때면 어김없이 부각되는 단골 메뉴다.
민감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매력 때문인지 네거티브 선거의 유혹에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에는 해외 학력시비가 논란이 되면서 야당 후보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버드대에서 객원연구원이었다는 건지 객원 교수였다는 건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다가 급기야 저마다 서로를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나 역시 학력 시비에 걸려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기에 관심이 간다.
어느 선거 땐가, 미국 대학에서 받은 나의 석 박사 학위가 가짜라며 상대후보가 선관위에 고발을 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학의 학위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미국은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학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경우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나 관련 논문은 쓰지 않았다.
스탠포드 대학 측은 그런 내게 석사 학위를 줬다. 결과적으로 박사과정 수료한 학력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셈인데 국내 대학 시스템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제도일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상대후보의 공격을 받았던 하버드 대학 박사 학위 건도 마찬가지였다.
석사 학위는 케네디 스쿨이라고 불리는 행정대학원에서 받고 박사 학위는 교육대학원에서 받았는데 이를 두고 상대방은 하버드 박사 학위는 맞지만 석사 학위는 허위라는 주장을 폈다. 행정대학원과 교육대학원은 완전히 다른 소속이어서 두 학교에 제각각 문의해야 하는 절차를 어긴 상대방의 명백한 오류였다.
나중에 결백이 밝혀지긴 했지만 당한 입장에서는 엄청난 봉변이었다.
그런 관점 때문인지 이번 강용석 안형환 두 의원의 박원순 후보 해외 학력 문제 제기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사실여부를 확인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선거도 예외없이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원색적인 비방과 폭로, 흑색선전으로 정책선거는 실종된 지 오래다.
당선이 최고의 선이라는 그들만의 덕목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두들 또 다른 제목의 석고대죄 역사 쓰기에 혈안이 돼 있는 형국이다. 그렇게 해서 캠프 살림이 조금은 나아졌는지 묻고 싶다.
음모와 탐욕이 넘치는 그들만의 드잡이에서 국민 심판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길이 없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은 또 다시 쇠귀에 경 읽기로 끝나고 마는가 싶어 아쉬움이 크다.
남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지만 링 밖의 관전자로서는 발 구르는 안타까움을 전할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각성하면 된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겠다.
OECD 경제 대국을 자처하면서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 한심한 정치현실을 바로 잡을 주체는 오로지 스스로라는 현실 인식을 가져야할 때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그것이 정치를 바로 세우고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가장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을 알고 행하자.
흔히들 강한 것이 옳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그 말은 틀렸다.
진실이야말로 최대의 무기다.
깨어있을 때만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음을 알자.
국민 모두가 정치현장에 새로운 가치관을 이식시키는 전령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새 역사 창출에 나서자.
이번 선거를 통해 실현해 보자.

(2011. 10. 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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