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0일 목요일

홍문종생각 - 임재범 퍼포먼스

임재범 퍼포먼스


유학 간 아들이 방학이라 집에 잠깐 들렸다.
그런데 아이를 보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한 30초 동안 망설여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지로 변신(?)한 아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이 반가움보다는 당혹스러움을 먼저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내가 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젊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답답함과 나름대로의 평가를 머리 모습이나 입은 옷으로 표출한 것이겠거니 싶어서였다.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정하자 평화가 찾아들었다. 경직된 분위기를 예상했다가 긴장이 풀리는 지 머쓱해 하는 아들의 표정에도 순간적으로 스치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가수다‘로 재기에 성공한 가수 임재범씨가 이번에는 콘서트 퍼포먼스로 여론의 중심에 서 있다. 공연 중 행해졌던 나치복장 퍼포먼스에 대한 갑론을박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가치가 100억이 넘는다는 콘서트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이 무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몰취향, 후진미감이라며 임재범을 향해 독설을 날리는 진중권씨(그의 글을 읽었지만 생각은 다르다)에 맞서 인기 작곡가 김형석씨가 음악에 맞는 퍼포먼스일 뿐이라는 옹호로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경희대 이택광 교수 같은 이는 한국정서로는 생뚱맞지만 rock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을 개진하기도 한다.
진중권씨의 비판도 김형석씨의 옹호도 이택광 교수의 포용도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근거로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인십색의 주장들이 대중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과연 임재범 콘서트의 나치 퍼포먼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퍼포먼스는 퍼포먼스로 감상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임재범이 나치복장으로 무대 위에 나선 자체를 나치에 대한 증오와 자유의지를 치열하게 분출하는 Rock 정신으로 해석하거나 그야말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몰취향으로 판단할 수있다. 개인적 판단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이건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예술의 해석과정에서 가장 비중있게 반영돼야 할 부분은 예술가의 의도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생각하기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같은 대상을 모델로 해도 해당 아티스트의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는 작품을 흔히 만나게 되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임재범의 나치복장 논란이 공연미학 담론 수준에서 정리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가수의 공연무대에까지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들이대 불화를 조장하는 건 지나친 치졸함이다.


개인적으로 임재범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번 퍼포먼스 논란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카리스마 있는 락무대를 꾸미기 위한 연출 차원에서 Rock의 자유 정신을 갈구하는 기획이었다’는 소속사의 입장 발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임재범이 소속사 뒤로 숨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미완의 대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임재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철학을 당당하게 설명하는 기회로 활용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무대에서의 퍼포먼스 그 자체일 뿐 철학이나 사상이 반영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던가 Rock 정신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던가, 그야말로 팬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던가.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다. Rocker로서의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명확한 자기 철학의 결과물을 담은 설명이면 그저 족하다는 생각이다.
그의 거친 음색에 매료됐듯 거침없이 세상을 여는 그의 당당한 행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유럽을 강타한 K-POP 열풍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껏 부풀리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철학이 부재한 표피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면 K-POP의 미래는 결코 긴 생명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K-POP 성공이 어릿광대 놀음에 불과한 일시적 자극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클래식이 아니고도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침이슬이나 친구 등 7080 세대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노래들도 그렇고 my way, yesterday, imagine, sound of silence, epitaph 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오랜 생명력을 과시하는 노래들을 보면 시대정신이 농축된 철학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한 매력으로 가슴을 파고들게 하는 노래의 원천적 배경에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임재범이여,
자신의 철학이 용납한다면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아주 오래 남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2011. 6.30)....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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