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광주일고

광주일고


광주일고로 말하자면 자타가 공인하는 호남 최고의 수재들을 배출한 명문고다.
학교에 대한 동문들이 갖는 자부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큼 끈끈한 ‘동문애’ 역시 대한민국의 대표 인맥의 하나로 거론될 만큼 대단하다.
그런 광주일고 인맥이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정계 관계 재계를 총망라하는 광주일고 인맥의 막대한 영향력을 대서특필하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가 하면 광주일고 출신 총리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비리 연루의혹을 해명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로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광주일고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비롯,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핵심 경영진까지 광주일고 출신 일색으로 김 원장은 부산저축은행이 대전·전주 저축은행을 인수한 전후인 2008~2009년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으로 인수·합병(M&A) 인허가를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정황이고 보니 검찰 수사가 확대될수록 부산저축은행 고위 인사와 인연이 있는 광주일고 동문 장관 출신 고위인사,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일찍부터 광주일고 출신과의 인연으로 그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기운을 접한 바 있다.
나의 학업을 도와 주셨던 두분의 과외 선생님을 통해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선생님은 해남 천재로 광주 서중과 광주일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인 분이셨다. 초등학교 6학년 전 교과서를 암기하다시피 하는 그의 기억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예를 들자면 음악책 12쪽 8번째 줄에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식의 놀라운 암기력을 발휘했다. 발군의 예상시험문제는 족집게 점장이를 능가했다. 당시 초등학생인 내게는 거의 신의 경지였다.
중학교 때 만난 선생님 역시 명문대를 수석 졸업한 광주일고 출신이었다.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그와의 인연은 여러 면에서 내게 유의미하게 기억되고 있다. 그의 지도로 영어와 수학의 확실한 그루터기를 조성할 수 있었고 또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게 한 연결고리였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 외에도 하버드에서 동문수학했던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S교수, 전 대법관을 지낸 L 변호사, 서울대 교수를 하고 있는 P교수 등도 나의 광주일고 출신 인맥 중 하나다.
광주 길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사람치고는 꽤나 두터운 광주일고 인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대한민국 사회는 인맥사회로 대표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만사 인맥 通’이라고 자조할 만큼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맥 현장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연고주의가 낳은 폐단이라 하겠다.
사정이 그러니 학연은 물론 지연, 혈연 등 동원 가능한 모든 공동 수단으로 인맥을 형성하고자 혈안이 되는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인맥으로 일사분란하게 교통정리된 집단 이기주의적 사고가 좌우하면서 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분의 인맥이 집단 이익만을 위한 파벌 형성의 수단이나 고질적인 병폐의 근원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카르텔 형성은 상당히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게 한다.
그 폐단의 범주가 전방위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스포츠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선수 선발 등에서 선수 개인 기량과 무관한 지연이나 학연 등의 자료에 의해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계, 관계 등 공직사회는 물론 굴지의 재벌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너와의 혈연, 학연, 지연 세력이 주축을 이루는 친정체제가 선호되고 있다.
언젠가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사들의 출신지와 출신교 자료를 삭제하고 검사 개인의 능력과 인품을 최우선시하는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혀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 뒷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모르지만 21세기 세계 무대의 주역을 꿈꾸는 대한민국에 있어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연고주의를 철폐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높이살만한 가치였다.


같은 관점에서 우리 경민대학교를 생각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규모의 교직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다.
생각해보니 적어도 혈연 학연 지연 등의 배경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규칙을 지켜왔노라 자부할 만하다는 결론이다. 노력이 가미된 결과라고 감히 말하겠다. 최소한 21세기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인드로 출발한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자평한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고 있다.
그 중 큰 가르침은 21세기로 나가기 위해서 지향해야 할 지나친 인연 중심의 사회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고주의 배경이 아닌 능력과 일 중심으로 시스템이 구축되고 운영되는 실천이 선행돼야함은 물론이다.
지금부터라도 연고주의를 놓아 버리는 과감한 결단력을 실행해보면 어떨까?
분명 새로운 개안의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

ps: 21세기를 지향하는 우리 대한민국에 있어 합리적으로 정리돼야 할 부분이라는 동기로 생각을 짚어 봤는데 광주일고 출신들께 본의 아닌 결례가 있었다면 혜량을 구한다.

(2011. 6. 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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