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밥그릇

밥그릇


자체 수사권을 확보하려는 경찰과 이를 반대하는 검찰 사이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경찰에 수사 개시권과 진행권을 주면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한다’는 총리실의 2차 절충안 마저 검사들 반발로 거부되면서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어떤 것도 안중에 없다. ‘한심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대통령의 경고는 물론 두 번에 걸친 총리실 중재조차 약발이 먹히질 않는 분위기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조직의 이익이 무엇이기에 저토록 요지부동인가 싶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도권 다툼 행보를 마뜩치 않게 바라보는 국민 정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출발로 간과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현실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형국이다.
솔직히 검경 수사권 갈등 국면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있어 옳고 그르냐의 판단은 중요하지 않다. 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검찰이나 경찰 둘 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어느 쪽이 국민을 덜 귀찮게 하고 또 상대하기 쉬운 기관인지의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국민 정서 상 경찰이 상대적으로 더 쉬운 상대로 해석되고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범죄 행위가 경찰을 통해 해결되는 현실적인 여건만으로도 검찰보다는 경찰 주장에 힘이 실리는 조짐이다.
물론 검찰에 비해 상부기관이나 권력층, 또는 돈의 외압으로부터 더 취약한 현실이 경찰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는 하다. 그나마 검찰의 기소 독점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그다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다.
권부인 동시에 원부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의 취약한 현실이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느낌 역시 경찰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국민이 검찰 조직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치명적이다. 국민 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부패집단이라는 국민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국민 생각에 검찰은 그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을 괴롭힐 수 있는 강력한 힘의 실체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 치명적인 낙인을 해결할 뚜렷한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검찰이 몽니를 부릴 경우 어떤 식으로도 피할 수 없다는 열패감이 검찰을 향한 국민 불신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실에 대한 서글픈 좌절과 원망이 검찰을 향한 또 다른 공격무기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고 경찰이고 죄의 경중을 구분 짓지 못할 바에야 더 많은 권력과 더 많은 금권에 길들여져 있는 검찰보다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정서가 표출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공이 넘어가 버렸다.
검찰과 경찰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으로 던져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결정한 들 단 시일 내에 국민적 호응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인식 속에 들어있는 검찰과 경찰 이미지가 너무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우호적 분위기가 아니기에 당사자들의 신중한 처신이 더욱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티격태격하고 있는 검경의 현실을 보면 분위기 파악을 정확히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저마다 국민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정작 국민을 위하는 진정성은 찾기 힘들다. 자신들의 기득권 존속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비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안타깝다.
긴 안목으로 보자면 우리 경찰도 미국처럼 연방수사국이나 지역경찰 등으로 분리되거나 독립돼야 할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검찰 역시 중수부 폐지안을 비롯한 검찰 내부의 자정 노력, 특히 힘 빼기 작업 등을 통해 조직에 대한 거부감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좋은 의도도 국민적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검찰이나 경찰 모두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상대의 주장을 살펴보길 바란다.
역지사지를 통한다면 의외로 수월하게 합일점을 찾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말이다.
‘for the people, by the people, of the people' 이라는 박수 갈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포기하진 말자.
모든 완성은 첫 걸음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것 만큼은 영원 불멸의 진리니까.
또 한가지, 저마다의 밥그릇에 무엇을 담게 될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않도록 하자.

(2011.6.2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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