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1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콜롬부스의 달걀

콜롬부스의 달걀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뉴스 메이커로 등극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공세가 빌미가 됐다.
며칠 전 전남지역 시군의회 의장단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누가 대통령을 했어도 그 (박정희 전 대통령) 만큼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호기를 부린 것이다. 십 수 년 전, 대정부 질문에 나섰다가 논리도 명분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상대 정당을 공격하라던 당 지도부 하명(?)을 받고 당혹스러워하던 초선의원 시절과 어쩌면 그리도 달라진 게 없는지. 아무리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게 정치판 생리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다.
식상할 만도 한데 치고 빠지는 수법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는 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일까? 한나라 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라는 사실도 오비이락일 것이라고 간주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당 대표 출마 때문에 정치적 노림수가 필요한 사정은 알겠으나 이 치졸한 정치 공세가 그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도울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 좀 더 진중한 접근이 아쉽다는 생각이다.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박전대통령의 업적을 폄훼하면서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으나 누구도 그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박 전대통령을 향한 크고 작은 정치 공세에 대한 결과물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문득 신대륙을 발견하고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던 콜롬부스의 정황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결국은 선택의 가치 존중의 문제로 귀결될 것 같다.
‘콜롬부스의 달걀’이 떠올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불가능에서 가능의 세계로 전환되는 데 있어 필요한 건 결국 선택이고 맨 처음 시도는 결국 선택한 가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의 접근이냐에 따라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또는 영구히 미해결 상태로 분류되기도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콜롬부스의 달걀 세우기는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쾌거라 할 수 있다. 아무도 달걀 끝을 깨뜨려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때, 콜롬부스는 그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러나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했던 사람들은 콜롬부스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거둬들인 성공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너무 쉬운 방식’이라며 첫 시도가 가진 가치를 존중해 주지 않았다.
부당한 처사였다.


여러 공과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전대통령을 향한 국민 향수는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아우라를 담고 있다는 중론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의 특성이라고 할까, 형언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아마도 사심이 배제된 애국애족의 진정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실제로 박 전대통령의 통치 행적 곳곳에서 뼈속깊은 애국애족의 흔적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애국애족 정신이야말로 전 세계가 포기했던 지독한 가난에서 탈출하게 하고 오늘 날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정치인의 업적은 당대보다는 시간이 흐른 이후의 역사적 평가가 훨씬 더 객관적인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보고 있다. 당대 평가는 강압적 요소 때문이건 혹세무민 효과 때문이건 정당한 평가가 난항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의 심판에서 요행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 만큼은 불변의 진리다. 어떤 식으로든 제몫의 신상필벌이 돌아가게 돼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날 박 전대통령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30년 전 통치행보에 대한 것이니만큼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농익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빈곤탈출을 이끈 지도자로서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는 측면에서 결코 소홀히 다뤄질 수 없는 객관적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최소한 국민 전체가 역대 대통령 중에서 1등으로 선택한 분이다.
반론 차원에서의 언급이라면 더더욱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어도 아무나 경제발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장담한 박지원 의원은 스스로의 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구체적인 배경설명은커녕 앞뒤도 없고 결론도 없었다.
제1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분이 아무런 갈등없이 이런 허망한 정치적 수사들이 활개를 치도록 조장한 일은 책임져야 마땅하다.
폄하가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국부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척박한 대한민국 정치환경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국민적 동의가 몰리고 있는 박전대통령을 놓고 한번쯤 그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도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참에 우리가 존경할 수 있는 국부의 창출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PS:(민주당은 22일 역대 대통령 리더십을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있는 발표를 했다.)

      (2011. 6. 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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