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7일 월요일

홍문종생각 - 포퓰리즘

포퓰리즘

중학교 때 학생회장 선거에 교복 자율화와 두발 자율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와 이목을 끈 학생이 있었다. 
교복이나 두발의 자율화라니!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황당하기까지 한 그 공약은 선생님들의 제재조치로 무산되고 말았지만 공약 당사자는 무난히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1960년대 말 경의 이야기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 급식보다도 훨씬 더 파격적인 이슈를 공약으로 들고 나와 약효를 톡톡히 본 셈이다. 그 두둑한 배짱을 3, 40년을 내다 본 혜안으로 해석해야 할지 포퓰리즘의 극치로 봐야 할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헷갈리는 대목이다.

국민을 향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구애가 끝 간데 없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구체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반값이고 무상이란다.
그나마 포퓰리즘 논쟁으로 정치권과 재개의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확전일로에 놓인 분위기다. 갈수록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반값 등록금 정책이나 대기업 법인세 감세 철회를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재벌총수의 국회 청문회 및 공청회 출석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재계가 또 다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 할 것 없이 선심 경쟁에 함몰돼 있는 정치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재계의 볼멘소리가 직격탄이 되어 정치권을 향해 날아갔다. 재계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이 국회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도 불사하겠다는 정치권의 압박조차 ‘포퓰리즘의 연장선상’이라고 반박하는 재계의 강경함에 한풀 꺾인 모양새다. 급기야 허창수 전경련 회장까지 나서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있느냐’ 따지기에 이른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재벌들이 너무 막나간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며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누가 더 힘이 셀까?

포퓰리즘의 인기영합주의적 요소가 대중의 마음을 더 파고드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동조나 지지를 목적으로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다면 그 결말이 뻔하다는 점에서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
국민은 물론 국가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에서 그렇다.
대중을 위한다며 지나친 선심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약속 남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듣기엔 혹하지만 당장 실현가능성이 없는 말들이 가진 독소적 요소를 생각할 때 포퓰리즘의 폐해를 결코 만만히 다뤄서는 안되겠다. 당사자로서야 시간이 필요할 뿐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가야 할 이데아라는 항변을 변통할 수도 있기에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다.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않는 건 오로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강한 현실 인식이 있어야겠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범주에서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행복하고 안락한 현실에서의 생활조건도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영원한 구원이 보장된 내세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포퓰리즘의 가장 큰 병폐는 수술이나 투약 등 환자의 환부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점 해결을 위한 근본적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임시 방편에 급급한 행위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마약 투여 등으로 통증을 잠시 잊게 하는 일시적 처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 그런 경우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결국 옥석을 구분하고 이를 조정하는 역할은 국민 몫이다.
정치권의 기회주의를 막아내고 국민 권리를 지키는 것도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국민적 희망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국민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스스로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주체 의식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두 눈 부릅뜨고 실현 불가능한 정책들로 국민 마음을 현혹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어야겠다. 무책임한 세치 혀를 색출해서 도태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의 미래는 결코 바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아무리 달콤한 말이라도 가능성과 불가능을 구별해내고 문제점을 간파해낼 수 있는 국민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혜택을 나눠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스트의 전형적 모습이다. 적어도 포퓰리즘에 넘어가 닭 쫓던 개 신세는 되지 말아야겠다.
구분이 쉽지는 않겠지만 하다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싶다.
늘 깨어있는 의식이 중요하다.

(2011. 6. 2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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