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현충일에

현충일에

56돌 맞는 현충일이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처절했던 동족상쟁 기록인 6.25의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6.25는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미국, 중국, 소련 등 열강의 치열한 이해관계가 얽힌 3차 대전이었다)
그러나 애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해야 하는 현충일 본연의 취지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현충일이 추모보다는 단순히 휴일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충일마다 전국에 있는 도로망이 연휴를 즐기려는 차량행렬로 몸살을 앓는 풍경이 반복되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현충일의 의미에 대해 슬픈 날인데 잘 모르겠다거나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보면 대책마련에 좀 더 조급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열강에 의해 고착화된 분단의 비극을 끌어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현충일에 대한 ‘무개념’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삼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휴전 상태에 놓여있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열강의 왕성한 탐욕이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운명을 조종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슈퍼 파워가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는 한 우리의 운신은 여전히 그 폭을 제한받게 돼 있다.
우리는 그런 열강의 이기심을 예멘, 독일, 베트남 등의 분단현실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분단을 주도하던 처음과는 달리 분단국의 통일 과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짐작컨대 스스로의 영향력 감소를 원하지 않는 속셈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G2가 막강한 영향력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힘의 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세계정세는 당분간 달라질 게 없다. 그들의 영향력 또한 최소한 반세기 정도는 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런 관점을 출발선에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적인 여건 등 북한을 월등하게 압도하고 있다는 신념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만 통일 문제는 좀 더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종교전쟁 같은 측면에서 해석될 소지에 대한 주의가 그것이다. 오렌지와 사과 중 어떤 과일이 더 맛있느냐는 논쟁처럼 결론이 쉬운 의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 체제를 손 들어준다든지 어느 한 쪽으로의 흡수 통일될 가능성이나 또 그것이 실현됐을 때 야기될 내부적인 갈등 문제에까지 충분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지금까지 단골 메뉴로 내세웠던 정당성이나 당위성만의 접근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보다는 국민적 동의가 전제된 좀 더 거시적인 접근 방식이 있어야겠다.
그동안 관이 주도하던 방식을 민간단체나 시민단체 위주의 학술교류나 종교 교류, 혈연 교류, 동호인 교류 등의 접촉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상호신뢰 구축으로 남북간이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이해를 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세계사적 조류의 충돌로 인한 급진적인 문제 발생 시 반목의 위기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남북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우선시하는 베이스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존재하는 우리의 숙명을 직시하자.
호국영령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우리의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감사할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그 감사함을 다가오는 미래 세대에 어떤 식으로 보답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도록 하자.
그렇게 나라를 지키고 또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현충일의 의미를 진중히 새기도록 하자.

(2011. 6. 5)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