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지금이 어느 때라구

지금이 어느 때라구


주한 미 대사 내정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다.
성김(한국명 김성용)이 그 당사자인데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이후 승승장구, 미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대표적 미국 내 지한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주한 미 대사로 임명하기까지 그가 보여준 여러 외교적 능력과 북한 문제에 대한 노하우 등이 높이 평가됐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의 성공이 결코 간단하진 않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의 아이비 대학 이력이나 LA 검사 경력 그리고 그동안 각 단체에서 발휘한 역량 등을 볼 때 미대사 직무도 잘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갈수록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성김 내정자의 한국 내 인연이 알려지면서다.
최초의 한국계 인사라며 그의 내정을 환호하던 처음 분위기와 사뭇 달라지는 느낌이다.
실제 그가 ‘나는 가수다’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임재범과 고종사촌지간이라거나 선친이 70년대 주일공사를 지낸 김재권씨라거나 또 부인이 이화여대 미대 출신이라는 등 대사의 업무처리 능력을 재는 잣대와 무관한 시시콜콜한 신변잡기가 언론에 의해 속속 들춰지고 있다.
아버지가 누구고 고종사촌이 누구냐 하는 관계나 부인이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한국계 최초로 주한 미 대사에 임명된 그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 지 알 수 없다.


결정타는 김대중 납치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평범하지 않은 선친의 이력이 아닐까 싶다. 그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선친이 DJ 도쿄 납치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식의 주장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면서 이런 저런 흉흉한 소문들을 파생시키면서 연좌제의 악몽을 재현시키는 형국이다.
당사자가 아닌 부친 경력을 들어 대사 수행에 결정적 하자 요건이라도 되는 양 침소봉대하거나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는 어떤 식으로든 불순하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연좌제가 폐지된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 벌어지는 이 불합리한 상황이 참으로 어이없다는 생각이다. 대명천지에 부관참시라도 당하는 기분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연좌제의 횡포는 불가항력 그 자체였다.
무고하게 사화나 역모에 연루돼 삼족지멸의 화를 당하는 가문이 많았다.
가족 중 누군가 반역자로 찍히기라도 하면 그 어떤 가문도 부모 형제는 물론 친지들에게까지 묻는 연좌제의 추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사형 이상의 중범죄자 일족들은 대부분 사형을 시키거나 가산을 몰수하고 노비로 삼았다. 그런 식으로 걸쭉한 인재들이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이 적지 않았으니 국력의 손실면에서도 그 폐해가 컸다고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기세를 이어나가던 연좌제가 공식 퇴출된 시점은 1980년이었다. 그 때까지는 한 개인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력을 발휘하면서 사회적 기제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북핵 문제와 한·미 동맹 문제에 대해 직·간접으로 관여할 가능성 큰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한반도 전문가로서 자각하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무엇보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내정자의 현실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이 미국보다 우선할 수 없는 그의 정체성을 임의대로 착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는 이미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미국의 국익을 능가할 정도는 결코 될 수 없다. 지금처럼 외교문제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필요이상으로 혈연을 강조하거나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대응하다간 외교적인 주도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가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데 인색하지는 말자.
사적인 인연을 앞세워 줄을 대라는 의미는 아니다. 혹여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쟁탈전에 혈안이 된 것처럼 비춰진다면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다.
그가 자신의 임무를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게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가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의 힘을 보태주도록 하자.
성공한 한국계의 롤 모델로 우뚝 자리매김 한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대한민국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다.


(2011. 6.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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