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공천 면접

공천 면접


공천심사 면접을 위해 실로 오래간만에 여의도 당사를 찾았다.
익숙했던 공간과 해후하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오랜 공백이 주는 서먹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면접을 기다리는 예비후보자들과 취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대기실에 들어서니 비로소 나의 처지가 실감됐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면접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 그것이 적나라한 나의 현실이었다.

면접과정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특별한 변별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떨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집 거실에 앉아있는 것처럼 마냥 편한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인간의 능력은 약간은 몰라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특성이 가진 설득력 때문에 갈등 없이 누군가의 손을 선뜻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직업상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하는 일이 많은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다.
교수나 직원 채용은 물론 학생 선발에 이르기까지 일 년이면 몇 번씩 면접관의 위치에 서야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피면접관 신분으로 나선 이번 공천 심사 면접은 상당히 파격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94년 지구당 위원장 임명 당시의 면접심사를 빼고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면접 심사대에 나선 ‘을’의 입장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된 점이 그렇다.
역지사지로 균형있고 합리적인 판단의 준거를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면접관의 일방적 논거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기자들이 내게 유독 관심을 많이 보였다.
면접이 끝난 후에도 기자들에 둘러싸여 이런저런 질문을 받았다.
싫지 않은 현상이었다. 여유있는 표정과 말투로 기자들 질문을 좀 더 세련된 정치적 제스처로 받아치고 싶다는 욕구가 내 안의 정치 DNA를 되살려내고 있었다. ‘거물이라 역시 다르다’는 립 서비스의 낯간지러움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며 서서히 ‘돌아온 장고’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정치 속으로 성큼 성큼 큰 걸음을 옮기며 자연인 홍문종에서 정치인 홍문종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 진짜'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었다.

(2012. 2. 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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