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4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사진발

사진발 굴욕(?)

사진발이 좋다는 말이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
보통은 칭찬으로 여겨졌던 그 말이 그토록 굴욕적일 수 있다는 건 정말 뜻밖이었다.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였다.
막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는데 “사진 잘 나왔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덕담으로 생각해 감사함을 전하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문득 감지되는 분위기가 묘했다.
초로의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나를 겨냥해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못생겼는데 뽀샵 처리한 덕을 톡톡히 봤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었다. 한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내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집요한 인신공격이었다.
무슨 대단한 과업이라도 수행하는 양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아니 어떻게 그리 심한 말을.... 울 어머니께서 들으시면 큰일 날 텐데’
가벼운 농으로 눙치려던 발길을 엉거주춤 멈추게 할 정도였다.

자리를 떠나와서도 그 해프닝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못생겼다는 말이 사추기 중년의 가슴을 흔든 탓일까?
무엇보다 나보고 못생겼다고 공격하는 당사자가 평균치 이하의 미모를 소유하고 있는 정황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왔다.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끝까지 그 진실-그녀야말로 너무 못생겼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정치적인 의도였든 개인적인 감정이었든 일단은 성공을 거둔 시도였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나로 하여금 사태 파악을 위해 에너지를 쏟게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선거 현장에서 지지성향이 다른 유권자와 마주치는 일은 흔하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다 패싸움이 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눈길을 주지 않거나 악수를 위해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거나 명함을 받지 않는 식의 수동적 대응에 그치기 일쑤다.
그동안 이번처럼 후보를 면전에 두고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여부보다 염치를 더 중시했고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를 경계하는 수치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갈수록 태산이다.
가장 기본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이 묵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정황들이 못생겼다는 말 이상으로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게 사실이다.

제대로 된 유권자가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본 인성을 외면한 유권자의 선택은 그 어떤 가치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
국회의원도 좋고 유권자도 좋지만 가장 우선은 인간의 가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PS: 다음에 만나게 되면 저 사진발 좋다고 천기를 누설하는 일은 제발 거둬 주세요.
잘 났다, 잘한다 격려해주시는 다독임으로 더 좋은 정치인으로 키워주는 아량을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나라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안심하세요.
저한테 못생겼다고 말씀하신 거 어머니께는 일러바치지 않을게요.

(2012.2.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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