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1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초심을 굽다

초심을 굽다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중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더치페이에 철저해진 모습이다.
특히 식당에서, 일행이 있어도 내가 먹은 밥값만 계산하는 -여전히 뒤통수가 뜨겁긴 하지만-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아버지 선거를 돕던 때만 해도 선거철 특수를 제일 먼저 누리는 곳은 아무래도 식당가였다.
그러나 그 정황이 식당주인은 몰라도 종업원들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 후부터는 식당에 가면 되도록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인사드리는 성의를 보이고자 했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그분들의 속내를 헤아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주방에 들어가 일일이 명함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지금,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유난히 식당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교감을 잘되는 느낌이다.
낮에 찾았던 ‘해주곰탕집’에서도 그랬다.
주방에 들어가 명함을 드렸는데 명함을 받으면 한쪽에 밀어놓고 말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였다.
후보의 학,경력을 꼼꼼히 따지거나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시의적절한 코멘트 등으로 관심을 보여 주셔서 감사했다. 한결 성숙해진 시민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 끊이질 않는 선거현장은 여전히 난제로 존재한다. 들르는 곳마다 ‘홍씨건 김씨건 우리는 별 관심 없다.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아우성이 주를 이루는 현실이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에 풀이 죽는다. 국민의 기본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공약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는다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에게 정치가 존재하기나 하는 건가 싶은 자괴감마저 있다.
앞으로는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정치의 기본 도리로 세워 좋은 정치를 해보겠다고 추슬러보지만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는 건 아니다.

그나마 나중에 들른 ‘신곡실버문화센터’에서 마음이 편해졌다.
힘 있는 필체로 붓글씨 연습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주신 덕담 때문이다.
어르신은 내 명함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나를 불러 세우셨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국민이 하나되는 세상’이라는 뜻도 그렇지만 순수한 우리말 표기가 특히 좋다‘고 칭찬하셨다.
놀라울 정도로 상당히 깊이 있는 식견이었는데 그나마 위로가 됐다.

쌀쌀한 밤공기를 벗 삼아 집으로 돌아가는 이 시간, 이런 저런 일들을 되새기고 있다.
그렇게 초심을 굽고 있다.
변함없는 초석이 되길 빌면서.

(2012. 2. 21)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