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2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홍정욱과 강금실

홍정욱과 강금실


하루를 마감하며 인터넷에서 홍정욱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근황을 접했다.
두 사람이 현실 정치에 던진 쓴 소리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는데 평소의 관심 때문인지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홍의원은 하버드 교정에서 만난 이후 오래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당시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아 어떤 형태로든 정치를 할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 18대 국회에서 활약하는 그를 그동안 뿌듯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러던 그가 정치판에 되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라며 4년여 동안 경험을 통해 파악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었다. 미련없이 정치판과 선을 긋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얼마나 실망했으면 저럴까 싶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강금실 전 장관도 평소 호감을 갖고 지켜보는 인물이다. 16대 국회에서 활동하면서 법무장관이었던 그녀와 로비에서 마주치거나 티타임을 나누는 정도의 인연이 전부지만 나름의 뚜렷한 소신이 인상깊었다.
그녀 역시 현실 정치에 대해 아쉬운 모습이었는데 급기야 민주통합당은 무능하고 새누리당은 극우정당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만의 리그, 소통부재, 권력을 위한, 권력만을 위한 투쟁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의 부정적 속성들은 홍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과도 겹치는 부분이어서 더 아프게 들리는 듯 했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그 못지않게 정치인을 길러내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현실인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인재 양성에 인색하고 미숙하다. 미흡하더라도 인내심으로 오래 지켜보면서 인재로 키워내는 여유와 도량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덧셈이 아닌 뺄셈이 난무하게 되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 역시 사실 상 부끄러운 우리의 속내에 다름 아니다.
누군가를 키워주기 보다는 누르고 파괴하는 견제가 양산한 일그러진 자화상에 조급해하는 기색도 없다.
영악하고 지독한 독선과 편협이 득세하는 풍토에서 소통과 소신, 아량, 포용력 등 양질의 인자를 주문하는 자체가 폭력에 다름 아닌데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그런 점에서 30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탄탄하게 준비한 사람만이 지도자로 배출되는 중국의 인재양성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서는 그 어느 경우에도 지도자가 급조되는 일이 없다. 그 대신 오랜 동안의 검증과정을 거쳐 육성된 정치적 거목을 만들어낸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시스템이다.
미국사회의 열린 사고 역시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선례를 많이 남기고 있다.
부시 정부 당시 국가기관 위원 선임을 위해 스티브 잡스를 검증하는 과정에서의 일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에 대한 평판이 좋게 나올 리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마약 복용과 친딸 양육 외면, 회사 직원을 함부로 대한 독선과 아집, 나쁜 학과 성적에 이르기까지 그를 우호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안은 없었다. 보고서가 스티브 잡스의 나쁜 평판을 근거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부시 대통령은 그를 선임했고 결과적으로도 좋은 선택이 됐다.
과거에 대한 평판보다는 현재의 실력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 특유의 열린 안목이 스티브 잡스를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효과를 얻은 것이다.

우리의 인사 청문회 과정과 비교하면 얼마나 다른 결론인가.
홍의원도 강전장관도 스티브 잡스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부분도 많은 인재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국가를 위해 역량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배려는 전무한 상태다. 장점 많은 그들을 부추겨 박수도 쳐주고 칭찬도 해주고 하는 식으로 저마다의 달란트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사회적 책무이건만 현실에서는 그들이 머물 자리조차 제대로 허용되지 않는 폐허에 불과하다.
홍의원은 정치현장을 떠나 제조업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4년여 정치를 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좌절을 딛고 새로 걸음을 뗀 그의 출발을 일단은 큰 박수로 환영하는 바이다. 홍의원이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는데 있어 정말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 전 장관 역시 그녀 가슴에 숨겨진 국가와 민족에 대한 뜨거움을 풀어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치판이 가장 적절한 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야를 향한 그녀의 분노와 좌절이 새로운 좌표를 얻을 수 있다면 좀 더 그럴듯한 정치적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날선 비판이 막연한 비판이 되어 거리로 흩어지기보다 구체적 비전으로 정치판을 자극하는 아이디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영원히 미완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인간이 실수와 오류투성이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족함에 있어서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지금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청하고 있는 내 모습은 뭘까,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누구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해서라기 보다 내 자신 완벽하진 않지만 정치현장에 내놓으면 제법 쓸 만한 장점이 많다고 스스로를 믿고 있는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최소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로 하여금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 시즌이다.
한판 승부를 앞둔 선거전이 슬슬 막을 올림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4.11 총선만큼은 선수로 나선 사람이나 선수를 뽑는 사람이나 한마음이 되어 진짜 일꾼을 제대로 선택되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여유와 믿음이 그 열쇠가 될 수도 있겠다.

(2012. 2. 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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