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미소금융

미소금융


본격적인 100세 시대다.
자신의 삶을 좀 더 보람있고 유익하게 보내겠다는 다짐들이 넘쳐서일까?
생리적 나이가 무의미해질 만큼 활기차게 이모작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유쾌한 노년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평생을 바쳐온 일터에서보다 은퇴 이후 삶의 현장에서 저마다의 달란트가 더 적절하게 쓰여지는 현상도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내가 알고 있는 의정부 미소금융 조인희 대표도 그런 분이다.
시중 대형 은행 지점장으로 정년을 마무리하고 의정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1년여 동안 그가 보여준 활약상은 정말 대단하다. 미소금융 설립의 근본 취지인 취약계층의 자립기반 구축을 위해 뛴 노고가 적지 않은 미담사례를 낳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대통령상으로 그의 업무 실적을 치하한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넘치는 에너지로 경영의 진수를 보여주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그의 열정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 덩달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삶의 에너지를 온전하게 태우고 있는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였는지 그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배짱이 맞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며칠 전 청년 창업을 돕고 그들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을 들고 학교를 찾아왔다. 경민대학이 MOU를 통해 협조한다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을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실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터라 그의 제안이 더 없이 반가웠다.



특히 조 대표가 신명이 나서 들려준 라띠 양땅이라는 이름의 베트남 여성의 성공사례는 감동이었다.
31세의 라띠 양땅은 꽃다운 나이에 한참 연상인 한국남자에게 시집온 이주민이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심신 모두 정상이 아니었던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도 하나 뒀지만 시어머니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이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혼은 그녀에게 또 다른 좌절을 안겨줬다. 유난히 영특한 아들과 함께 살고자 소원했지만 법원은 경제능력이 없는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경제적 자립이 발등의 불이 된 그녀가 찾은 곳이 바로 의정부 미소금융이었다.
조 대표는 자신을 찾아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그녀의 읍소를 외면하지 않았다. 자기 일처럼 나서서 그녀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요즘 성행하고 있는 헌옷 파는 가게였다. 천만원의 창업자금을 대출 받아 송우리에 ‘only one’이라는 상호로 헌옷 판매점을 냈는데 대박을 쳤다. 장사가 잘되자 단순한 판매에 그치지 않고 동생까지 데려와 헌 옷가지를 모아 베트남에 수출하는 사업으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사업도 번창하고 베트남인들의 구심처 역할을 할 정도로 안정된 자립기반을 얻게 됐다.

미소금융의 공적 부조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놀라운 순기능의 효과로 돌아오는 지를 보여주는 라띠 양땅의 사례를 보니 이제는 '가난구제는 나랏님도 어렵다'는 속담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난관들이 십시일반의 사회적 관심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통쾌한 삶의 비밀이 미소금융에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조 대표는 그들의 성공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그 자신이 더 행복해 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담보도 없이 자립의 여지를 열어줄 수 있는 자신의 역할에 더없이 만족해 하는 듯 했다. 워낙 악조건에서 돈을 빌려가는 이들이 많아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아마도 성공해야겠다는 그들의 강한 의지가 모종의 힘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가 입시위주의 조기 교육에만 빠져 있을 게 아니라 경제쪽으로도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100% 공감가는 지적이었다. 조기 교육 열풍의 원조국을 자처하는 우리 사회가 어릴 때부터 재화에 대한 개념이나 운영 방법, 가치 철학을 가르치거나 체험을 통한 경제교육이 전무하다 보니 부실한 경제교육의 인한 페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니 아이러니였다. 실제로 수많은 어른 아이들이 취약한 경제개념 때문에 떠주는 밥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막막한 삶에 좌절해 투신자살한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은 제빵기술을 배우며 자활을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이는데 어쩌다 그런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몰리게 됐는지 모르겠다.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면 다른 결과였을거라는 자책이 크다.
앞으로 주위의 고단한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너나 없이 어려운 삶에 조급해지는 요즈음이야말로 어려운 이웃에게 미력하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2012.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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