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야간 산책

 
야간 산책 

 
오래 전부터 재미를 붙여온 야간 산책은 나의 주요 일과 중 하나가 됐다.    
밤길을 걸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블로그 단상을 모으거나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등의 동력을 얻어온 보고다.  요즈음 들어서는 바빠진 생활로 피곤에 절어 사느라 산책 시 주변을 관찰하거나 일상의 감성을 녹여내는 정도가 많이 미진해져서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오늘 밤, 집 앞 철로를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의 자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서녘하늘을 가득 채우던 ‘super moon’의 위풍은 간데없이 일그러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년 중 제일 크게 둥글다는 대박 달, 슈퍼문도 별 수 없이 기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놀랍고 쓸쓸했다.
‘가득 차면 기우는 달의 습성.... ‘슈퍼문’이라고 예외는 아니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런 저런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마음도 조급해졌다.
나는 지금 어떤가?
이제 막 인생의 정점을 찍고 전환점을 돌고 있는 상태인가?
이미 전성기를 지나치고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는 중인가?
아니면 아직도 눈앞에 있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막상 의문들을 쏟아내고 보니 이제 그렇게 사사로운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왔다.
내 삶의 지표가 지금 어느 지점에 놓여있는 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결코 거역할 수 없는 큰 틀의 주기를 잊고 지내는 어리석음에 대한 각성이 더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연이 아닌 삶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반드시 저물게 되어있는 자연의 법칙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간과하며 살았다. 근원을 알 수는 없지만 태어나고 죽는 것이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이치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피어서 만개하고 시들어가는 꽃과 결코 다를 바 없는 삶을 살면서 자신만이 유별하다는 우월의식은 또 어디서 기인한 착각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단지 따로 설명할 도리가 없기에 인간의 천명을 슬픔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절정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피어날 때의 자아도취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다 보면 저물녘 인생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왕성한 에너지를 표출할 당시의 허상에만 집착한다면 꼴불견도 그런 꼴불견이 없을 것이다.  
단역으로 출발해 조연을 맡다가 주연으로 발탁되고 프리마돈나의 영광을 누리다 서서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가는 스타의 생성명멸에서도 비슷한 섭리를 보게 된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천기의 작용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맥아더의  유언이   깊은 골로 새겨지는 이 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해탈의 경지가 코 앞이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방점이 어디에 찍히는 가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배경이다.
다만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어떤 생각이  삶의 기로를 결정할 화력이 될 지에 관심있을 뿐이다.
공중으로 몸을 날린 주사위의 포물선이 향할 그곳이 마지막 정착지가 될 공산이 크다. 
최선을 다해 전성기를 어떤 식으로 맞이할 일인지  상황을  다시금 점검해 볼 일이다.   
  
 
건재한 건강과 치열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열정과 뜨거운 감성을  허락받은 내 삶에 새삼 감사하다.    
아직은 도전해 볼 만하다.             

 (2013. 6.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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