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연평도에서


연평도에서 

  
동족상쟁의 비극, 제2연평해전이 어느 새 11주기를 맞고 있다.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면11서 NLL 논란 때문에 조금은 뒤숭숭해진 심사를 안고 비운의 땅, 연평도를 찾았다.  
여의치 않은 기상 상태로 헬기와 함정을 번갈아 타는 번잡함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시간을 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조국의 안위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막힌 과거에 갇혀 슬픔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을  주민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위안을 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있었다.        
 
그렇게 찾은 연평도는 생각보다 평온했다.
군부대를 방문하고 연평해전 추모탑을 찾아 묵념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유난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일행들과의 일정 소화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피격당한 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경기장 담벼락을 뚫고 지나간 상흔이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었다.  
그 날의 혼란과 공포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우리의 통각신경을 압박했다.
죽음의 현장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주문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거기 있었다.


전에 없는 경험의 여파였을까?  
온 종일 삶과 죽음이 동전의 앞뒷면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너무 진부해서 새로울 것 없는 이 생각이 연평도에서 시간을 보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구도 방금 전까지 호흡을 함께 하던 형제가, 친지가, 전우가 순식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생이별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섬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우격다짐이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건 사실이다.   
이후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할 말이 많지만  모두가 입속으로 우물거리거나 허공에 흩어지는 말 뿐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를 생각해본다.  
뭔가?  떠나간 이들의 남은 시간이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덧보태진 삶에는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삶과 죽음은 이념이나 철학의 잣대로 가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조차  불가하다는  생각이다 .   
하지만 코 앞의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숨만 늘어진다.   
한 형제요, 한 민족이라는 명제가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의 영역이 아니라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녕 가까운 관계인지 먼 관계인지 조차 선뜻 규정지을 수 없는 현실이 아프다. 아무리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아도  쉽사리 함께 담을 수 없는 어려움을 극복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 묻힌 한을 모르지 않기에 미욱한 미련에 자꾸만 눈길을 던지게 되는 것 같다.   
      
 
떠나올 때도 불안정한 기류가 여전히  우리의 두려움을 쥐고 흔들었다.     
물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긴 했다.  
하지만 순간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헬기와 함정의 소음과 뒤뚱거림이 두려웠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회의하게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내 안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각인시키기 위한  자연의 음모에 다름 아니었다. 
  

서울 한복판에 되돌려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주한 일과 속으로 파고드는 내 모습을 본다.  
불과 몇 시간 전,  삶과 죽음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조차  아득해진다.   
 또 다시   7월의  역사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힘내자!!'                                                          

(2013. 7.  1)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