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백인천 선수


백인천 선수

 
유일한 4할 타자, 최고의 타격 이론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백인천 선수(감독과 스포츠 해설위원 등 그를  칭할 용어는 많지만 내게 있어 영원한 야구선수인 그를   '선수'로 부르고 싶은 개인적 소망을 담았다)를 만났다.
역시나 특정 분야의 전설 타이틀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빡빡한 일정에 쫓긴 짧은 시간이 아쉬울 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만남이었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노익장의 모습이 좋았다.
거목의 깊은 그늘을 느끼게 하는 열정으로 좌중을 사로잡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 프로야구 팀을 창설해 야구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보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뜨게 하는 힘이 있었다.
다들 지쳐 돌아간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남아 트랙을 돌며 연습에 매진했다던 어린 날의 승부 근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칠순 거장의 구리 빛 미소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여전히 현역이었다.
아마도 스스로의 신념이 그를 영원한 현역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실제 한국 최초로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한 그가 20여년 활약을 통해 상상초월의 몸값으로 대접받던 탄탄일로를 접고 국내컴백을 결정했는데 이유는 딱 한 가지, 고국에 프로야구를 만들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후 그가 걸어온 삶의 노정을 보면 빈 말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 야구계의 열악한 환경과 무지로 인한 몰이해를 온 몸으로 막아낸 뚝심도,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는 자칭타칭 ‘야구 중독자’의 삶도 자기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남다른 체력도 그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천혜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42년생,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치는 백 선수에게 호감과 믿음이 절로 갔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도 내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기 뜻에 동조하고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터다.
      
 
축복받는 노후를 보내고 있는 그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세상을 향한 철학과 신념이 있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의지와 체력이 있고 또 같이 도모하고 돕는 친구들이 있다면 세상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몸소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그는 야구 외에 새로운 소명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참에 ‘백전도사’라는 호칭 하나를 더 붙여드리면 어떨지.                        

(2013. 7. 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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