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1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옥천에서 돌아온 '홍상병'

옥천에서 돌아온 '홍상병'


갈수록 감동적이거나 신나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는 요즈음이다.
흥분하거나 분노하게 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조금은 쓸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무덤덤한 내 일상을  ‘봄 날’로 바꾸는 '파장'을 만났다.  옥천으로부터 날아온 편지 한 통이 생각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연애편지라도 받은 것처럼   온종일 들떠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저 가족의 안부를 챙기거나 앞날을 고민하는 등 충실하게 군복무에 임하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정도였는데 내게는 엔돌핀을 제공하는 원천의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군 복무 중인 세째인 막내, 홍상병 얘기다. 
    

입대하는 녀석을 배웅한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 상병 계급장을 달고 휴가를 나왔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 집을 나서는데  잠시라도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녀석의 방을 찾았는데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다 그만 깨우고 말았다.  
일어난 김에 안아도 주고 등도 두드려 주며  회포를 푸는데  유난히 살가운 느낌이었다. 
휴가기간 동안  각별히 조심하라는 당부를 남기고 대문을 나서는데 문득 ‘이 녀석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분위기 메이커인 ‘청량제’의 효용 가치를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녀석의 존재가 큰 절실함이 되어 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 사이 녀석은 부쩍 자라있었다.
일등병 때의 어설픈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늠름한 군인아저씨였다.  제대까지  남은 날을 꼽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지만   국방의 의무를 열심히 이행하며 생각을 가꿔나가는 동안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부모를 비롯한 주변을 염려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씀씀이를 터득하고 있었다. 
녀석의 성장이 또 다시 부모인 나를 감동시키고 행복을 줬다.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의 삶을 돌아봐야겠다는  자극도  얻었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일상의 태반을 채우며 살아가는 내 삶은 행복한가?  
성찰 끝에  비약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행복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를 통한 인연이  인간의 삶의 질 여부를  가장 단순하게 정하는 기준일수도 있다는 가정을 포함해서 말이다. 
실제로 짧은 시간이나마 만남과 대화만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 반대인 경우도 있다.  마음과 다른  행동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으면서 고약하게 얽혀버린 인연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무엇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새삼스러운 화두지만  앞으로는 그들을  더 많이  배려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홍상병이 내게 준 또 다른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녀석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  여간 믿음직스럽지 않다.   
블로그를 쓰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있는 이 순간에도 녀석에 대한 자긍심으로  몸 전체가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대견하고 자랑스런  내 아들, 홍상병 화이팅!    
                                                
(2013.6.2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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