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호갱이'

'호갱이' 

 

"대한민국 국민은  통신업계 '호갱이'인가?" 
선뜻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 LG, 팬택 등 전 세계를 주름잡는 휴대폰 제조회사를 배출하고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는 현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주소다.   더구나 사용자 4명 중 1명이 구입한 지 1년 이내에 휴대폰을 바꾸며 OECD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관련업계 추정에 따르면 8조원이 넘는 통신3사의 마케팅비용 중 6조원 정도가 보조금으로 소요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휴대폰은 해외에 비해 20~30%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데 부풀려진 출고가가 문제시되고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담합해서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뒤 보조금을 지급,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데 이 행태가 업계의 관행으로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게 되는 것도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며 단말기의 조기 교체를 유도하는 이통사들의 과열 마케팅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을 비싸게 부풀리고,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보조금을 많이 지급해, 소비자들에게 비싼 요금제도 가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보조금지급이 마케팅비용을 상승시키고 또 통신비에 반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어도  그다지 약효를 보는 것 같지 않다.
454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조금 27만원을 상한선으로 내세워 휴대폰 업체 단속에 나섰지만  처음 며칠 출고가 인하경쟁 등으로 성의를 보이는 가 싶더니 오히려 복마전 양상이 음성화 되는 분위기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판매점 호객행위와의 소통(?)에 실패한 소비자는 정상거래를 하고도‘호갱님’(호구+고객 합성어로 비싸게 휴대폰을 구입한 구매자를 비웃는 신조어)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이 문제를 결코 강 건너 불구경으로 넘길 수 없는 건  우리들 중 누구도 '호갱이'로 되는 비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달라진 현실을 겸허히 수용하고 합리적 전략수정에 나서는 길만이 통신업계의 살길이다.   
요금인하의 여력이 충분한데도 상대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데만 혈안인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을 주도할 수 없다.  보조금을 앞세워 신규가입의 수치증가에만 사활을 걸던 시대는 끝났다.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려 책정해놓고 보조금 장난으로 싸게 파는 척 소비자를 유린하거나 통화료 할인 대신 기본료 올리기, 공짜 폰으로 유인하고 요금제 폭탄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조삼모사식 마케팅은 그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과대광고를 자제하겠다”는 한 휴대폰 대리점 업주의 너무도 당연한 선언이 네티즌의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겠는가.  이 업주는 "스마트폰은 할부원금이 중요하다"며 "가장 싼 매장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정직하게 판매하겠다"는 ‘솔직 멘트’와 함께 (속지않는) ‘스마트폰 구입 요령'을 깨알같이 적은 인쇄물로 인기몰이 중이다. 
    
우선은 투명한 휴대폰 판매구조에 방점을 둘 일이다. 
더 이상 소비자 착취를 기업이윤의 근원으로 삼지 않겠다는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나마 음성통화 대신 콘텐츠 유통에서 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KT의 근황을 반갑게 듣고 있다.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동영상이나 음악 같은 디지털 가상 재화 유통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은 충분히 진취적이다. 또 헬스케어 사업과 기업의 모바일 오피스 같은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는 SKT 안목에도 기대를 걸게 된다.   T스토어 같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11번가 같은 상품 판매 서비스를 통해 신수익원을 만든다는 생각인데 기업의 정체성을 통신사로 국한하지 않고 '통신사 그 이상'을 지향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 
기왕에 도입됐지만 활성화 되지 못한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한 실용성에도 관심을 가질 일이다.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유통사나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폰을 USIM칩을 통해 등록만 하면 소비자가 통신사를 직접 고를 수 있게 한 제도인데  활용해 볼 만하다.  
  
그러고보니 앞서의 질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통신업계  '호갱이'인가? "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도  '호갱이'이기를 거부한다"                        

(2013. 6.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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