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7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여의도 훈수


여의도 훈수

 
활동무대를 국회로 옮기게 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인연의 영역이 엄청나게 팽창됐다는 점이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도,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확실히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사람 보는 안목에 대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장담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날로 진화하는 고도의 이미지 포장술 앞에서는 더더욱 사람 판단이 여의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한 탐문수사(?)에 의존하게 되는데 그 역시 수월하지 않다. 다른 동네와 달리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여의도의 특성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판단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이 때로 인격살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로 말이다.

실제로 여의도에는 대통령 후보부터 인턴직원에 이르기까지, 사람에 대한 평가가 봇물을 이룬다. 타인에 대한 평가에 주저함이 없고 또 스스로 평가받는 것에도 익숙한, 상당히 독특한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정치 밥을 오래 먹은 나조차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전히 본능만 살아 움직이는 정글이다. 이곳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오싹해진다.  잠깐 방심하면 사나운 맹수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결코  너스레가 아닐만큼 말로써 살벌한 동네라는 생각이다.   
하여,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하우를 나름 정리해봤다.
공존을 위해 전하고자 하니 뜻 있는 분들은 귀 기울이시길.

제일 먼저 꼽게 되는 건 열렬지지자의 존재다.
그들의 진정한 열정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갈수록 확신이 된다. (먼저 지지자들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건 본인의 몫이지만)
칭찬에 박한 이 동네 특성 상 이미 형성된 좋은 평판조차도 성형으로 조작됐다고 깎아내리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내 입장을 강력한 소신으로 대변해 주는 지지자의 역할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질투와 시기의 날카로운 창끝을 너끈히 막아내 주는 수호신의 역량을 발휘하고도 남는다. 
그런 점에서 여의도 경쟁력의 넘버원 명명은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로는 나를 반대하고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한쪽 진영으로 몰아넣는  전략이다.
라이벌 진영에서 쏟아지는 인신공격은 아무리 파격적인 내용이어도 충격파가 크지 않다.  사실 유무와 관계없이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진영논리에 휩쓸리게 돼 있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의 공격 논리가 이해관계의 상충이나 대립으로 인한 평가로 인식돼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공격에 비해 손실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가능한 반대자들의 공격이 일정한 시기에 집중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선거 면 선거, 당내 경선이면 경선 등  특정 시기에 공격이 집중되도록 유도하면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남을 이겨야 내가 살아남게 되는 정치현실에서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공격은 불가피하다. 콩을 팥이라 우기고 네모도 동그랗다고 거품을 무는 풍경이 결코 낯설지 않은 게 정치판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그렇게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는 공격의 와중에 슬쩍 물타기 식으로 어려운 국면을 넘기는 것 또한 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라면 지혜다. 

네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자신의 강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비교로 완충시키는 방법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상당히 유효한 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에서 조직을 제일 잘한다는 평가는 강점인 만큼 최대로 띄우고 단점으로 지적되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평가는 그래도 B의원보다는, C의원보다는 낫다는 식의 포지셔닝이 유리한 고지 점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직접 사용하기까지는 약간의 망설임이 따르는 전략을 소개하겠다.
그것은 바로 맞불작전이다.
나를 비판하는 상대가 있다면 내 약점 몇 배에 해당하는 치명적 약점을 찾아내 맞불을 놓자는 것이다. 상대가 시간을 잘 안 지킨다고 비난하면 이쪽에서는 당신은 셈이 흐린 사람이라고 치고 들어가는 식이다. 셈이 흐린 게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보다 더 큰 결함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셈이 흐린 약점이 노출된 상대는 공격은 멈출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받게 될 타격이 더 크다는 계산이 서는데도 싸움을 계속할 바보는 없을 테니까.

어줍지 않은 훈수였다면  용서 바란다.
남의 중상모략 때문에 피멍이 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여의도 정가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이들에 대한 남다른 걱정이 동기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결국 좋은 일상은 자신의 평소 행동을 통해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워낙 쉽지 않은 동네라 걱정에서 몇 자 적어 본 충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덧붙여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건 살면서 허위사실로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그렇게 해서 씻을 수 없는 원한을 남기는 건 너무도 큰 죄악이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크고 중하게 치르는 것을 종종 봐 왔기에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이왕이면 좋은 인연을 매개로 여의도가 지금보다 더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2012.6.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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