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오픈프라이머리 대첩


오픈프라이머리 대첩

 
 
지금 새누리당은 전쟁 중이다.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정치적 신념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이른 바 비박 3인방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급기야 관련 법안까지 제출하는 등 오픈 프라이머리 관철을 위해 필사적으로 총력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들 말대로라면 오픈프라이머리는 올 12월 대선판의 종결자고 만병통치약이다. 오픈프라이머리만 실시하면 대선 흥행과 정권재창출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오픈프라이머리가)야권의 대선 흥행 이벤트에 찬물을 끼얹고 공정한 경선 보장으로 새누리당을 민주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물론 중도층 표심도 확보해 주는 교두보가 된다. 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오픈프라이머리가 대세인 만큼 우리도 그 반열에 끼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비박계는 여러 경우를 들어 오픈프라이머리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있지만 조삼모사다.
어떻게 보면 당사자들도 스스로의 허구성을 알고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이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명확한 정치 철학을 근거로 하는 것 같지도 않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에 관련한 비박계 3인방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이재오 의원은 2006년 당시 정당정치의 근간인 당원들을 소외시킨다는 이유로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정당의 당원들 전부에게 자기 당의 후보 선출권을 갖게 하는 게 당연하다며 현행 경선룰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정몽준 의원도 2002년 노무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협상 당시 역선택 가능성을 들어 일반국민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반대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다르지 않다. 17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장 시절,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는 동원능력에 좌우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이력이 있다.
명색이 대권주자로 나선 이들인데 상황논리에 따라 정치 철학이 조변석개 하는 모습은 곱지 않다. 그 어떤 변명으로도 궁색함을 모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궁핍한 정치적 상황을 오픈프라이머리로 돌파구 삼아 활로를 찾아보려는 의도가 부각될 뿐이라는 걸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지금이라도 그나마 체면을 지키려면 과거와 정반대로 견해가 바뀐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있어야겠다.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툭하면 미국 타령인데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의 대선 제도는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선거환경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미국의 프라이머리는 보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합리적인 유권자의 의견 반영을 위해 각 주의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돼 있고 그 방식 또한 다양하다. 미국의 가장 많은 주(26개주)에서 실시하는 당원 프라이머리는 지지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해야만 후보 경선 투표권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는 현행 새누리당 경선제도보다 더 폐쇄적 형태다.
또 다른 방식으로 19개주가 채택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방식이 있는데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한 정당에 투표 등록을 하면 다른 정당에는 등록을 할 수 없게 했다. 이 정당 저 정당 옮겨 다니는 투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결사의 자유를 해친다는 이유로 위헌 심판이 제기된 상태다. 역선택의 꼼수로 상대당 후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치공작이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인식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정당 체제에 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계층만 다를 뿐 우파 정당이라는 점에서는 차별성이 없어 유권자 입장에서 어느 당이 되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념과 지역구도 등으로 선명하게 차별을 짓고 있는 우리 정당 체제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이 안고 있는 원천적인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흥행과 지지층 확대의 강점을 들고 있지만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은 몰라도 새누리당은 흥행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과열된 당내 경쟁이 후보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논란으로 인한 분열 양상이 서로의 골을 파 대선가도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게 분명하다.
차라리 후보경쟁력에 관심을 갖는 게 훨씬 긍정적이다.
후보 선출 시기도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비박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915일 후보를 정한다면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물론 정책이나 국정운영 능력 검증은 언제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후보검증은 결코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후보 검증 과정이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근심스럽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어림잡아 300억 정도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국민적 지지도도 미약한 후보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혈세를 낭비한다는 건 잘못되어도 아주 크게 잘못된 일이다.
 
 
사심이 아니고 오로지 당을 위한 충정이라는 그들의 말을 나도 믿고 싶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합리적 논거와 대안, 그리고 정책 대신 오로지 오픈프라이머리만을 금과옥조처럼 외쳐대거나 1등 후보 깍아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그들에게선 희망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동의할 수 없는 몇 가지 석연찮은 부분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자꾸 살피게 한다. 수수방관만 해서는 큰일나겠다 싶기도 하다.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지도자가 되려 한다면 이보다 더 불행한 장애요인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 때 그 때 얄팍한 속내를 드러낸다면 어느 국민이 신뢰할 것이며 과연 그런 지도자의 앞날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그래서 말하는 건데 지금은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에 목숨 건 투사가 되기 보다 겸허한 자기성찰로 흐릿해진 시야를 맑게 닦아내는 일이 우선이다.
정녕 모르고 있던 일인가 되묻고 있다.

(2012. 6. 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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