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2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거수경례 유감

거수경례 유감


누구에게나 경례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얼마 전 입대하는 막내아들로 부터 받은 거수경례가 떠오른다. 녀석의 거수경례는 숙달된 조교에 비하면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받아본 경례 중 가장 가슴을 뜨겁게 했다.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진지하게 부모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아이의 속내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선후배들의 등굣길을 지도하는 ‘예의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경례의 실체(?)를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선 상상이 안가겠지만 그 때는 서로를 향해 거수경례를 붙이는 것이 학교 규율로 정해져 있었다. 경례는 똑같은 제스처라도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자발적 존경심이 담긴 경례와 아니꼽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경례, 그리고 아무 생각 없는 경례 등. 일테면 상대방에 대한 무장해제, 충성과 환호를 본질로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상반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경례의 특성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나 할까.

요 며칠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거수경례 논란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본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8일 육사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 도중 경례를 붙이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당시 임석상관인 육사 교장 옆자리에 서 있던 전 전 대통령이 구호를 외치는 생도들에게 거수경례로 화답한 것이 '사열'하는 장면으로 비춰지면서 비난여론을 초래하는 화근이 됐다. 그에 대한 비난은 급기야 정치권과 시민단체로까지 점화되면서 박종선 육사 교장 파면과 김관진 국방부장관 사퇴 요구로까지 확산되는 중이다.
전직 대통령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여론이 들끓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고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사회적 견해가 빛의 속도로 퍼지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바일의 발달은 우리에게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혜택을 줬지만 역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 판단들이 사실인양 순식간에 세계 구석구석 퍼지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번 전파된 의견은 다시 되돌리거나 수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처세가 요구된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감정적 판단만으로 부화뇌동 하는 건 더 없이 위험하다. 사소한 견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사실을 늘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 때문에 국민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은 지양돼야 한다. 특히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국론 분열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더 더욱 그렇다.
국민 개개인도 무조건 여론에 편승하기보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자발적이고 냉정한 노력이 있어야겠다. 최소한 스스로를 정치권 의도에 놀아나는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2012. 6.1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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