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5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교도소 담장 위 남자들

교도소 담장 위 남자들


대통령 주변의 최고 실세들이 ‘대형사고’로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거액 수뢰와 권력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데 측근 비리의 단골 ‘몸통’으로 지목되고도 무사하던 그동안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통령의 ‘정치 멘토’는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고 자택 압수수색 등 궁지에 몰린 ‘왕차관’ 역시 후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백척간두 신세가 됐으니 하는 말이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위기의 남자들이 ‘권불십년’의 허무를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생경한 풍경은 아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정치드라마를 통해 익숙하게 보아온 장면이다.
주연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시대도 바뀌는 가운데 유독 바뀌지 않는 건 측근 비리가 권력의 종막을 장식하는 점이다. 실제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박영준 전차관은 대통령 후보 경선부터 대통령 업무까지 좌지우지한 실세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정권 최고 주요 인물로 등장해서 부패이미지로 끝나가는 모습들이 역대 정권 말기와 너무나 흡사한 모습으로 엔딩을 향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이들의 패착으로 그나마 남은 1년 임기조차 우왕좌왕 하다 끝나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많기도 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후진적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정치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정권 실세로 호가호위 하다가 비리에 연루돼 호송줄에 묶인 정치권 인사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정권말기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문제의 중심엔 늘 돈이 있었다.
그렇게 순간적인 방심으로 절제하지 못하고 돈의 덫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진 정치인이 부지기수다. 성공한 정치인이 되느냐의 여부가 자금에 대한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지나간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공유하고 싶지 않는 우리들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러다간 재력가여서 돈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전지전능한 능력가여서 무슨 일이든 해 낼 수 있거나 아니면 끝까지 비리를 덮을 자신이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지, ? 자조 섞인 농담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돈의 독성이 더 이상 정치판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폐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정치현실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겠다.
그런 면에서 현행 선거법은 여러 면에서 모순과 문제가 많다.
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이 경우에 따라 부패를 가속화시키는 주역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당내 선거 건 당 밖 선거건 제대로 된 선거를 치루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의 선거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세훈 선거법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도 19대 국회를 통해 다시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정치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때 마침 한 정치선배가 ‘"사람이 젊어서는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늙어서는 지조를 소중히 지켜야 한다"며 인간의 도리를 언급했는데 거기에 보태고 싶은 말이 있다.
“명예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우선이어야 하고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하거나 남을 속이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명예라면 이미 명예의 명분을 잃은 것입니다. 지조 또한 유불리에 따라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불의에 동조하는 고집까지 지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2012. 4. 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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