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탈, 레테의 강

탈, 레테의 강


또 하나의 아까운 젊음이 레테의 강 저편으로 사라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영구제명 조치됐던 이경환 선수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같은 스캔들에 연루됐던 정종관, 윤기원 선수의 극단적 선택이 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이다.
불명예가 주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결론이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축구가 전부였던 그들에게 승부조작이라는 주홍글씨는 죽음보다 더 깊은 치욕이었을 터다.
치명적 독화살에 관통당한 심장을 부여잡고 절망과 좌절에 허우적거렸을 모습이 아프도록 선명하다.
더 없이 소중한 생명을 내놓고라도 명예를 되찾고 싶었던 망자의 절박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절망감이나 무기력감이 인간을 한 없이 축소시키는 또 다른 극단의 현실을 보고 있다.
바람 앞 촛불처럼 꺼져가는 인간 한계에 대한 중계 보고서라고나 할까.
오래 지켜본 지인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지금 쓸쓸한 폐허가 되어 울고 있다. 한없이 연약한 어린아이가 되어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단 한 줌의 희망도 쥐지 못한, 그래서 세상이 온통 두렵기만 한 실패자의 모습으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신봉하던 자금력의 비호가 사라졌을 뿐인데 적응이 어려울 정도로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자금력의 영향력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던 당당함은 간 곳없이 초라하게 무너지고 있는 그가 아주 많이 걱정된다.

어리석은 결정을 경고하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스스로를 죽이는 무리가 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비굴해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일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가벼이 정리되는 상황이 불만스럽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날마다 죽음의 골짜기로 내몰리고 있는 인간의 현실적 문제를 지나치게 간과한다는 생각이다.
문득 나 역시도 인간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해도 헛딛는다면 결국 나락뿐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생을 살면서 죽음으로 맞서고 항변할 수 밖에 없는 시련과 조우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솔직히 인간의 극한적인 한계까지 경험하는 인생은 피하고 싶다.

(2012. 4. 1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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