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5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친구, 김진규 영전에

친구, 김진규 영전에
오늘 오랜 친구, 김진규가 우리 곁을 떠났다.
설익은 이별을 남기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저 혼자 홀연히 떠나버렸다.
반백년 묵은 정은 어떻게 하라고.
사랑하는 친구를 보내고 돌아서는데 슬픔이 봇물 터진 둑이 되고 말았다.
허깨비처럼 둥둥 떠다니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탓이다.
영정 사진 속 친구는 여전히 순박하게 웃고 있는데 더 이상 그 무엇도 함께 할 수 없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뒷덜미를 당기는 미련에 혹시나 뒤돌아보지만 이미 닿을 수 없는 너머다.
 
어릴 때부터 싹수가 있던  친구였다.
의정부 가능초등학교 시절,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공부 잘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고 당당했던 진규를, 담임이셨던 윤옥기 선생님은 "우리 진규, 우리 진규"하시면서 아끼셨다.  친구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자그마한 체구인데도  축구를 잘했다.  모교인 서울대 축구팀에서 선수로 명성을 날릴 정도였다. 
나중에 그는 책임감 강한 역사 선생님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분단과 질곡의 역사를 후대에 제대로 전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밤새 책읽기에 몰두하던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중고등학생 역사 교육에 전념하겠다며 대학교수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던 친구의 투철한 사명의식에 숙연해지던 기억도 있다.
 
지금까지처럼 우리들의 우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보고 싶을 땐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친 방심이었다.
​그의 부재가 유난한 통증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감기기운 때문에 아프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미 병이 깊어진 뒤였나 보다
두 달 전 많이 쇠약해진 모습으로 드네모모임에 나와 회비를 챙기더니 그 때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바로 오늘이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인데 이렇게 황망히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많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수줍은듯 밝게 빛나던 생전의 친구 모습이 벌써 그립다.
 
친구여, 이제는 편안해졌는가.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난 그곳에서  시름없이 편히 지내길 바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를 먼저 데려가신 하늘의 뜻이 정녕 야속하기만 하네.
언제든지 모든 걸 내걸고 활화산처럼 열정을 태울 줄 알던 친구여, 자네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사표였네.
우리들을 신명나게 해주던 영웅이었네.
이제 친구가 세상을 향했던 외침과 소명을 남은 우리들이 잊지 않고 잘 이어가겠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과 신 선생 안위는 크게 걱정 마시게.
워낙 잘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자네 대신 지켜보겠네.
 
친구여, 사랑하는 내 친구여,
부디 잘 가게나.      (2015. 1. 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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