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갑장, 빌게이츠


갑장, 빌 게이츠


며칠 전 국회를 찾은 빌 게이츠를 만났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생각보다 그는 스마트해 보이지 않았고 에너지가 넘치지도 않았다. 여행에 따른 피로감 때문인지 후줄근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강연을 듣기 위해 나온 국회의원들에게도 시큰둥했고 질문도 본인이 원하는 것만 선택해서 답변하는 등 자유로운(?) 영혼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개발 국가를 위한 백신 개발로 질병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열정은 충분히 뜨겁고 아름다웠다.
그는 강연을 통해 적절한 백신 보급으로 최빈국 어린이들이 건강을 지켜, 빈곤극복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스마트원조 체계 구축하자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백신 보급을 확대한 결과 1960년대 연간 2000만 명에 이르던 5세 미만 영아 사망자 수가 2011년에는 700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는 성과도 설명했다.
백신개발을 위한 75%를 뺀 나머지 25%는 미국의 교육체계 향상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철학과 신념도 밝혔다. 언젠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동영상 강연에서도 비슷한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그에 대한 신뢰가 커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50대 이후를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가 기부의 삶을 선택했다는 그의 고백은, 동년배인 내게 더 큰 자극으로 와 닿았다. ‘오늘날의 나는 미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런 환경을 조성해준 국가에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기부의 삶으로 이끌었다는 메시지가 특별했다. 우리에게도 자신을 만들어 준 모국을 위해 전 재산 95%를 기부한다고 나서는 ‘부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빌 게이츠가 전하는 ‘부(富)를 쓰는 방법’도 인상적이었다.
스스로를 위해 미친 듯이 다 써 버리거나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사회에 환원하는 3가지 방법 밖에 없는데 앞서의 두 선택은 무의미하거나 자식을 망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사회 환원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빌 게이츠 강연은 사람과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역시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었다.
빌 게이츠가 그토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받을 대상이 없다면 아무리 완벽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제 역할을 발휘할 도리가 없다. 또 미국이라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오늘 날 빌게이츠는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대학을 중퇴한 빌게이츠에게 기회가 제공됐을까 솔직히 의문이다. 천재성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어 줬기에 빌 게이츠가 거둔 성공의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칫했으면 십중팔구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고 있거나 더 비관적 표현을 동원한다면 대학마저 중도 포기한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힌 삶을 영위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 달리 ‘기회의 땅’으로 자리매김 된 게 아니었지 싶다.
대학을 중퇴했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미국사회의 거시적 안목과 관용이 빌 게이츠 같은 거물을 배출한 일등 공신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거듭되는 실패를 수용하고, 특히 성실한 실패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만이 ‘인재’를 소유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노력 없이 그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하늘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다.

분명한 건 우리에게도 무수한 빌 게이츠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보다는 ‘양성’에 초점을 맞춰 재목으로 만들어내자.
그렇게 대한민국 재창조의 첫걸음을 떼 보자는 얘기다.

(2013. 4. 2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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