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7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촌각을 다투며 문명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다. 
특히 첨단 문명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영향력으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인터넷 진화의 현장은 놀랍다. 국내는 물론 지구촌 전체를 한 순간에 동일이슈로 묶어내는 등 다양한 변혁을 이루어낸 공헌도로 따지자면 인터넷이야말로 인류 역사 상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더해진 편리성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줬느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찍이(1932년) 풍자소설 ‘멋진 신세계’로 최고도의 문명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의 좌절을 예고했던 헉슬리의 혜안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인터넷 기술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국경까지 초월한 소통을 실현시킨 건 맞지만  ‘인간다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건 심각한 폐해다.
특히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미확인 정보가 문제다. 저마다의 입맛대로 가공된 과잉 정보가 인터넷 공간을 떠다니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주범이 되고 있는 현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익명성을 등에 업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선동이 큰 화근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제되지 않은 ‘댓글’이 흉악한 살인무기가 되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일의 우선 순위를 가리는, 이성적 판단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다.


별장파티니 동영상이니 옮기기에도 민망한 내용들이 온갖 추측을 부추기며 인터넷 공간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공직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인사들이 한 둘이 아닌 듯 싶다. 
성접대가 됐건 비자금 은닉이 됐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인사를 두둔하고 싶은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여론의 과도한 마녀사냥에 떠밀려 사건의 본질이 호도되는 결론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공간의 정제되지 않은 수선스러움이 판단을 가로막으면서 발생하게 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쟁이 뒤엉킨 언론까지 더해지면 부작용의 여파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는 건 명약관화다.  
그러나 현실은 사건의 어디까지를 이해할 것인지, 어디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인지를 가릴 수 있는 겨를이 없다. 개인적 판단을 정리하기 전에 무책임한 인터넷 선동에 부화뇌동하고 있기 일쑤다. 그렇게 인터넷 북새통에 섞이다 엉뚱한 화두로 열을 올리고 있는 웃지 못 할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격자의 입장이든, 피공격자의 입장이든 특정한 사람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게 인터넷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의 비극이 아닐까 과장된 심정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요한 건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인터넷 여론의 왜곡현상을 가벼이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별장파티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직 줄 사퇴 현상을 빚고 있는 사회적 이슈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발견하게 된다.  
성 접대가 됐건 탈세가 됐건 처신을 그르친 쪽이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여론의 화살이 엉뚱한 방향을 조준하고 있는 현실을 만날 때가 많다. 실제로 책임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범법자의 파렴치한 행각으로부터도 스스로를 지켜야 비로소 온전한 처신이 된다는 무언의 사회적 압력일거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산고 같은 것일 수도 있겠고.  

아무튼 비밀이 없는 세상이고 누군가를 겨냥한 공세가 스스를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최소한 이 두 명제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소통의 과잉시대를 사는 공허함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2013. 3.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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