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본말 전도의 교훈


본말 전도의 교훈


정치권이 드디어 그 지루한 판을 접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20여일 만에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이다.
국정이 표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돼 반갑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해보이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입법권을 지켰다’는 자평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권을 향한 국민 눈길이 싸늘하다. 유료방송 문제 하나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국정과 민생을 볼모로 삼았느냐는 비판여론이 정치권 입지를 옹색하게 몰아가는 분위기다.

노심초사하며 협상에 임했던 이들의 노고를 모르지 않지만 우리가 보기에도 아쉬움이 크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고생할 만큼의 ‘난제’는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국회에서의 여야 대립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은 유난히 쓸모없는 기 싸움으로 모두를 힘들게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참 싸우다 보면 애초 시비를 제공한 단초는 실종되고 그것을 가리는 과정에서의 말투나 태도, 상대의 반응 등이 더 큰 빌미가 되어 싸움판이 커지던 어릴 적 경험처럼 이번 것도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특히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생긴다.
일부 견제장치를 두긴 했지만 종합유선방송(SO)과 뉴미디어 관장 부처를 미래창조과학부로 하는 등 17부 3처 17청 규모의 새 정부 조직은 인수위원회 원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또 수정된 4군데도 정부 부처의 존폐나 핵심 업무의 이관과는 거리가 먼, 지엽적 범주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결국 허니문 기간도 없이 의욕만 앞섰던 정치권의 정부조직법 협상력 낙제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본말이 전도된 채 명분 없는 싸움에 매달렸던 시작부터가 문제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47일’이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무엇보다 북 핵 위협 등 초당적 협력이 마땅한 상황인데도 새 정부 가로막기에만 열중한 야당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묻는 분위기다. 순리를 저버린 정치공세가 얼마만큼의 부작용을 남기는지 반면교사라도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됐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쳐 결론지을 수 있는 날들이 아직은 새털같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둘러보면 주변국들의 야심찬 포부와 그에 따른 계획들이 지뢰밭처럼 에워싸고 있는 살벌한 현실이다. 
세계의 각축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21세기, 우리가 처한 생존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하여 정확하고 진솔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정치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궁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본말이 전도된 우리의 정치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원안이 많이 손상되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늦게나마 정부조직법 통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맘고생하며 속을 끓였던 많은 분들께 위로의  말씀 전하고 싶다.
나 역시도 당의 중진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로 삼겠다. 
                                                                                           
(2013. 3.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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