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결국은 사람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정치는 사람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생각한 대로 행동한다-
얼마 전 찾아낸, 누군가를 관찰한 34년 전 메모에도 그런 내 생각이 담겨있었다.
(어릴 땐 일기로, 나이 들면서는 메모를 통해 남긴 과거 기록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없어져 안타까울 때가 많다)
     
사람이 문제인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초한지’의 두 주인공, 유방과 항우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도 바로 ‘사람’이었다.
유방은 ‘잘난’ 항우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인물이었다. 다만 여자나 좆는 건달로 살면서도 차곡차곡 대업을 쌓아올리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인재를 기용할 줄 아는 출중한 안목의 소유자였다. 실제 유방이 천하통일 과업을 이룬 배경도 따지고 보면 장량, 소하, 한신 등의 뛰어난 기량이 역할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반면 항우는 역발산기개세의 화려한 위용에도 불구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 인재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가 범증의 진언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면, 품안에 들어온 당대 최고의 지략가 한신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면 역사의 물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에서 사람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측면은 도박판 생리와 다르지 않다. 
실제  쭉정이 같은 내면을 가리려는 허장성세가 유난히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사람을 가르는 일은 늘 쉽지 않다. 나름대로의 안목을 자부하는 편인데도 그렇다.  
실력을 갖춘 사람이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처럼 꾸미거나 별 볼일 없는 사람이 허풍을 떠는 정도는 어지간한 내공이면 해결될 일이다.
나보다 수가 낮은 상대면 더더욱 일도 아니다.
그러나 고수의 허허실실은 다르다. 제스처까지 능수능란하게 가동하는데 버금가는 안목이 아니면 도리가 없다.  특히 정직을 신념처럼 앞세우는 사람의 경우, 결정적인 순간 치명적인 거짓말로 상대를 속일 확률이 크다는 경계심도 염두에 둘 만하다.


어린 시절, 지능이 떨어지는 동네 친구가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홀짝 접기’를 하자고 졸랐다. 그러면서 번번이 내게 졌다. 질 수 밖에 없었다. “많이 잡았니?”라고 물었을 때 “많이 잡았어”라고 대답하면 ‘홀’을 쥐고 있고 “조금 잡았어”라고 하면 ‘짝’을 쥐고 있는 자신의 트릭 패턴을 바꿀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창시절, 시험 때면 벌어지는 친구들 사이의 눈치작전은 달랐다. 특히 오늘은 졸려서 시험공부 안하고 잠이나 자겠다고 연막을 피우는 당사자가 고수인 경우, 시험공부 대신 잠을 선택했다가 뒤늦게 땅을 치는 친구가 어김없이 나왔다.
상갓집 개를 자처하는 파락호로 위장하거나 또는 백정의 가랑이를 넘나드는 수모를 감수하며 때를 기다렸던 대원군이나 한신이 고수의 반열에 속하는 이들이다.    자신의 본질을 감추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이런 캐릭터들은 판단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밀분석 대상이다.  자칫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한 방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단독 게임이 불가능한 정치 속성을 비춰볼 때 또 다시 안목을 화두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어떤  파트너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치적 위상과 판도가 결정되기에 하는 소리다.
이는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돌이켜보면 예측한대로 순조롭게 대통령직에 오른 분이 있는가 하면 연속된 실패 끝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기회를 잡은 케이스도 있다.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던 선거구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기회를 놓치고 종국엔 레이스를 포기하고 만 경우도 있고 황당해 보이는 경로를 거쳐 기적처럼 대업을 일궈낸 주인공도 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각자에 동등하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아는 상태에서 더불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하늘이 주신 뜻을 이룰 수 있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모르는 상태라면  현상유지 정도는 가능할  것이고  나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무모한 시작이라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털릴 수도 있다."   
 우선은 이 평범한 가르침부터 가슴에 새겨야겠다.
그런 다음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의 안목을  위해  두눈을 크게 부릅 뜰 일이다.  

(2013. 8. 16)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