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포플리즘의 끝은 어디인가


포플리즘의 끝은 어디인가.

 
언론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갈등으로 망설인 경험이 적지 않다.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속셈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종국엔 개인의 영달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쪽으로 귀결되지만 유혹 앞에서 흔들림이 있는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속물근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다.  
정치인으로 살면서 얻게 된 일종의 직업병(?) 아닐까 싶다.
  
얼마 전, 중국에 가서 왕자루이 외교부장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출연한 TV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당시는 북핵문제로 한창 민감한 상황이어서 북한통인 왕자루이와의 미팅 후일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던 시점이었다. 인터뷰 내내 왕자루이에 초점을 맞춘 질의가 이어졌는데 선명한 답변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효과를 생각하면 엄청난 유혹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알맹이를 빠뜨린 채 무미건조한 인터뷰로 끝내고 말았다.
정치적 욕심을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책무의식에 힘을 실은 결과였다.
민감한 내용이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을수록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되는 건 자명한 이치다.
곧바로 뉴스가 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발언에 무게를 두고 단어 선택 하나까지도 신중에 신중을 더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 못할 미사여구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는 정치적 시도가  남발되고  있어 유감이다. 백가쟁명식 발언으로  사익에 연연해하는 풍경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느낌이다. 특히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심이반과 국론분열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포플리즘 유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목불인견이어서 괴롭다.
  
개헌 논의만 해도 그렇다.  
‘5년 단임제도가 실효를 다한 만큼 동서화합과 통일에 대비한 헌법논의를 시작해 보자’라는 발언과 ‘현 정부의 문제가 크니 손끝에서 발끝까지 확 바꾸는 작업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최선을 다하자’라는 발언이 주는 느낌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뭔가 후련하게 해주는 자극이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뒤의 발언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무책임한 선동의 혐의가 짙다. 발언의 진의 여부를 가리는 일이야 부차적 문제로 놓더라도 근본적으로 공평하지 않은 출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북핵 관련 상황을 전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북한과의 상황을 똑같이 전하면서도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인이 있고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이 있다. 한쪽은 근거없는 주장으로 불안감에 떨게 하고 다른 쪽은 현실을 직시해서 대처방법을 모색하자고 주문한다.
그런데 현실은 패배주의적 사고가 지배하는 정치적 발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 폐단을 알면서도 충동적으로 인기영합주의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인사청문회가 됐건  정부조직법이 됐건   불안한 발언을 이어가는 정치인의 원맨쇼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튀는 발언 하나로 정치적 성공을 거둔 사례 때문에 정치적 악순환이 거듭되는 형국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지만  환심을 사기위해 이미지 조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정치인의 비애를 알기에 편하게 타박도 못하겠다.  
염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재를 믿는다.  
포플리즘에 천작하는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 의도를 꿰뚫는 국민적 혜안만 있으면 문제 없다.    
결국 국가의 명운이  국민  저마다에 달려 있음이다.                              

( 2013. 4. 1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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