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6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순혜' 이야기

'순혜' 이야기


결혼 4년 만에 얻은 큰 딸 ‘순혜’는 태어나기 전부터 온 집안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아이다. 아버지께서는 (지금 큰 아들이 쓰고 있는) ‘순일’이라는 이름을 준비해 놓고 출산일을 꼽으셨을 정도다.
은근히 장손을 기대하셨나본데 나는 딸이어서 더 기뻤다.
솔직히 아버지로서의 행복을 처음 알게 해 준, 어여쁘고 소중한 딸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이다. 특히 태어난 지 10일 만에 이름도 없이 하나님 품으로 가 버린 첫 번째 아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순혜를 향한 나의 마음은 언제나 ‘순애보’ 그 자체다.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의 아버지가 그렇듯 나 역시 딸이라면 꼼짝 못하는 ‘딸 바보’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내미가 선거 현장에서 일당백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딸은 당초 선거 지원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아쉽고 섭섭하지만 할 수 없지, 체념하는 심정이었다. 생각이야 굴뚝같았지만 아들도 아닌 딸을 거리로 내모는 게 좋은 모양새가 아니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 혼자 힘드신 것 같아 도와야겠어요.’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딸은 자신이 하던 일을 올 스톱 시키고 여전사로 나섰다.
새벽부터 전철역 앞을 누비며 한 사람에게라도 명함을 더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투지로 날마다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딸 아이가 정말 대견스럽다. 평소 무언가를 얻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딸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빠를 돕느라 체면 따위는 아랑곳 않고 열심을 내는 아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자신의 모교인 신곡초등학교와 의정부여중이 내 선거구에 있다며 동창 명부를 들고 나오는 딸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님을 부쩍 절감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유난히 작은 몸집을 하고 딸의 이름으로 순혜가 내게 왔던 처음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고 있다.
가끔씩 커피포트만 했다고 놀리기도 했는데 딸의 나이가 어느 새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단다.
속절없이 빠르기만 한 세월 너머로 문득 잡히는 생각이 있다.
딸이 시집 안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동안 손녀 딸 시집 안 보낸다고 성화이신 어머니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딸 혼사에 적극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달라졌다.
오래도록 나하고 같이 살았으면 싶다.
아무래도 딸의 정치적 조력을 바라는 속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캥기는 마음이다.

"순혜야, 나 정말 나쁜 아빠인거야? 그런 거야?"

(2012. 3.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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