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가야할 길이다


가야할 길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요즘의 여의도 사정이 그런 것 같다.
최근 외교무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배치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국가적 현실에 대해 백가쟁명 식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다간 조만간 배가 산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우리 정부의 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 소신이나 훈수가 필요한 때가 아니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단지 국익을 위해 그 해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일 뿐.
지금은 혐한(嫌韓) 기류가 만만치 않지만 대만과 서로 혈맹국으로 예우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양국의 관계가 틀어진 건 92년 국교단절 때문이다.
UN하나의 중국선언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의 단절을 택했다. 우리도 같은 선택을 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연전에 대만 국회의원을 만나 대화하면서 그 때의 일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당시를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지적했다.
당시 대만은 한국정부의 선택을 미리 알고 싶어 했다. 알려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런데 당시 노태우 정부는 결정 직전까지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대만과의 국교단절을 선언했다. 고립일로에 있던 대만이 한국정부에 느꼈을 배신감이 어땠겠는가. 그런데 이때의 한국 처신은 대만 뿐 아니라 중국인 전체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1982,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수상 재임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미국은 영국과의 찰떡 공조를 통해 포클랜드 전쟁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양국 간 돈독한 우의를 세계가 부러워했다.
그런 영국이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했다. 그것도 G7 국가 중 최초로.
영국은 먹고살기 위한 선택일 뿐 미국의 동맹을 배반하는 게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리커창 李克强) 총리는 지난해 6월 영국을 다녀가면서 24조원의 경협 선물을 제공했다.
영국의 선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직은 주변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정책 결정이 쉬울 리 없다.
어떤 선례를 남기느냐에 따라 국가의 대외적인 신인도는 물론 운명까지도 달라질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할 길이기에 고심이 깊어지는 것일게다.
박쥐의 운명을 생각한다.
독수리가 득세하면 새가 되고 호랑이가 득세하면 쥐가 되던 박쥐는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으면서 쥐도 아닌 새도
아닌 흉물이 되고 말았다.
......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난감한 순간이다.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많은 이들이 우리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고, 선택에 따른 뒷수습은 우리가 아니 질 수 없으니. (2015. 3. 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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