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금요일

낙선 후기

낙선 후기
    
당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도 여론조사에 무너지다니...
애석해하는 주변의 탄식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던 요 며칠이었다.
승패에 따라 분명한 희비가 엇갈리는 잔혹한 현실에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본 느낌이다.
언론도 헷갈릴 만큼 복잡한 전대 셈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솔깃해질 만큼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다 내 불찰이었다.
녹록치 않은 지역구도 장벽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단순한 지역 연고만으로도 강력한 집단후원이 가능한 영호남과는 달리 사분오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이를 간과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새로운 정치적 과제를 얻게 됐으니 다행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는 내게 새로운 출구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지지율 10%로 정치적 도약의 발판을 얻었다는 안도감이 솔직히 있다.
과거 부산 출마 당시 노무현 후보가 DJ를 찾아가 대권후보 표방을 허락받던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일종의 자격증을 부여받은 기분이다.
 
전대 이후 달라진 동료의원들의 처신을 지켜보는 것도 큰 인생 공부였다.
정치무대에도 똠방각하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한꺼번에 엉켜 그곳에 있었다.
덕분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를 왜 더 밉다고 했는지도 알게 됐다.
그 행적들을 기억에 담고 싶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는데 효과는 모르겠다

누군가를 질타하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갖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며 준엄하게 스스로를 심판하고 반성했다.
내게 동의하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어떤 원망이나 아쉬움도 다 초기화시켜버렸다.
다만 나를 도왔던 이들에 대한 감사함은 일기장에 기록했다
더 큰 비전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적었다.   
    
그러다보니 학창시절, 선거에서 내게 패해 분루를 삼키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때 더 잘할 수 있다는 내 말발에 밀려났던  의사 아버지를 둔 왕눈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회장 선거 때 내게 달랑 한표 차이로 패했던 점박이 경수(몇 해 전 공직에서 은퇴했다), 대학 때 치열한 선거전 끝에 학생회장 타이틀을 내게 빼앗겼던 목욕탕집 아들 철수(캐나다로 이민갔다) 등을 비롯, 혹여 내가 앞길을 막았을지 모를 지난 인연들에게 이 반성문을 전하고 싶다.
혹여 경쟁에서 이기고 난 후, 거만함이나 잘난 척 등으로 무시한 일이 있다면 본의 아닌 철없음이니 부디 용서하길 바랍니다” 
                                                                       (2014.  7.  1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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