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8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어머니의 눈물 홍문종 생각

어머니의 눈물

 
 
버선목처럼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다.
 
웃자니 싱거운 사람 같고 심각하자니 죄 지은 사람 같고...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빼곡한 하루 일정을 평소처럼 온전히 소화해야 할지 여부조차 처신이 쉽지 않다.
 
 
동네 경로당을 방문했던 어제는 특히 더 그랬다.
 
경로당은 정치하면서 힘들 때마다 찾게 되는, 특별한 의미의 공간이다.
 
아버지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분들이 자식처럼 동생처럼 사랑해주는 진심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반겨주시는 100여분의 어르신들께 인사를 올릴 때의 일이다.
 
유독 한 분이 돈 받은 사람 싫어. 악수 안 해하면서 내 손길을 거부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저는 아니에요....” 해 봤지만 무너져 내린 가슴은 수습되지 않았다.
 
 
가족들의 마음고생도 못지않다.
 
특히 뭐라고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당신 기도가 부족한 탓이라고 가슴앓이 하시는 어머니 뵙기가 제일 송구스럽다.
 
평소 같으면 하루에 몇 번씩 아들과 통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 지금은 바쁠 테니 전화를 바꾸지 말라며 조용히 아들 안부만 챙기신단다.
 
어머니의 노심초사를 전하면서 수행비서가 눈물바람을 했다.
 
내 가슴도 미어졌다.
 
 
(목회사역을 하고 있는) 동생이 왔으니 가족 예배를 보자는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본가에 들렀다.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왜 그렇게 수척해졌느냐, 밥은 먹고 다니느냐대번에 표정이 어두워지셨다. 사실은 크게 수척해진 것도 아닌데, 어머니의 걱정이 그만큼 크신 것이다.
 
예배를 인도하던 동생도 오늘따라 감상에 빠진 듯 울먹거려 오히려 내가 위로를 해야 했다. 구순이 넘으신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언제든 아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며 버팀목을 자처하셨다.
 
내가 정치판이 그런 곳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니. 이겨 내거라. 하나님은 이겨낼 시련만 주신다. 아버지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니
 
하지만 세월 앞에 누군들 예외가 될 수 있을까.
 
기력도 예전만 못하고 머리숱도 많이 듬성듬성해진 아버지 모습을 뵈니 정신이 번쩍 났다.
 
아니오, 아버지. 이젠 제가 아버지를 지켜드려야지요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머니께서 문종아, 돈 있니?” 물으셨다.
 
어릴 적 딱지치기하다 다 잃고 의기소침해져서 웅크리고 있는 내게 돈을 쥐어주시며 다시 한 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시던 그 때의 어머니 모습이 겹쳐졌다.
 
몇 걸음을 옮기는데 어머니가 다시 불러 세우셨다.
 
그러더니 다가오셔서 문종아, 엄마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한다며 안아주셨다.
 
그동안의 설움이 울컥 뜨거운 눈물이 되어 솟아 올랐다.
 
어머니, 어머니.
 
 
어려운 시기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진심어린 사랑과 격려가 있어 힘이 난다.
 
마르지 않은 진실로 나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감사드린다. 그리고 약속드린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로 선한 세상을 만드는데 반드시 제 역할을 해내겠다.

(2015. 4.18)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