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종점 이용원

 

종점 이용원

 
 
대원여객 106(13) 종점에 위치한 종점이용원에 들러 머리를 정리했다.
 
선거구가 바뀐 뒤로는 자주 찾게 되지 않아 오랜만이었지만 어제 본 사람처럼 살갑게 반기시는 주인장의 미소가 있어 편안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스스로의 품격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발 기술에 관한 한, 오랜 기간 한 우물을 파 온 장인의 꼿꼿한 자부심이 그의 삶을 충분히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처럼 전통적인 머리 모양을 낼 수 있는 명품 이발사는 드물다고 한참을 강조하던 그가 스스로를 이발 명장반열에 올렸는데 반감이 들지 않았다.
 
실제 머리를 다듬는 손놀림을 보니 단순한 가위질이 아니었다. 작품을 다루는 예술가의 손길과 다르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솜씨를 인정받아 과거, 두 분의 대통령을 모시기도 했다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내 활력이 넘치는 입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군대를 삼대 째 다녀온 집안에 대해 공무원 특채 등 사회적 이익을 주는 법을 만들어 국가 의무에 충실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라는 주문은 귀에 쏘옥 담겼다.
 
갈수록 젊은이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현상이나 군대는 배경없는 집 아이들만 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는 쓴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얘기를 묻길래 두 아들 중 하나는 제대했고 하나는 군 복무 중이라고 했더니 자신의 동해 경비사령부 시절의 무용담을 들려주며 신명을 내셨다.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깎던 그가 내 이마에 관심을 가졌다.
 
한참을 이마에 눈길을 주더니 굉장한 이마를 가졌다며 큰 인물이 될 상이라고 덕담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이마에 대한 나름의 평가도 들려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발소 앞에서 함께 사진 찍기를 청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명품 이발사가 되려면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을 매만지는 솜씨도 여간 아니어야 할 듯 싶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에도 몇 번씩 평상심 유지를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요즈음, ‘종점 이용원에서 얻은 활력이 참으로 감사했다.
 
더욱 기품 있는 이발의 명장으로 거듭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15. 5.1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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