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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31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문패 바꾼다고 되나?

문패 바꾼다고 되나? 


10.26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정부 여당의 입지가 갈수록 좁혀지는 모습이다.
백척간두의 운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 쇄신 처방이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반응이 영 시큰둥하니 문제다. 당명 개정 등의 해법은 문패만 바꾼다고 나아지겠느냐는 타박 앞에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다.
대통령이라고 형편이 나은 것은 아니다. 여당과 한 묶음이 되어 뭇매를 맞는 가 싶더니 급기야 ‘연산군 보다 더 못한 단군 이래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쏟아지는 여론의 몰매가 우선 당장은 아프겠지만 한나라당 미래를 위해서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혹독한 비난과 채찍질이 필요하다.
귀담아 듣고 개선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큰 폭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기꺼운 마음으로 이 어려운 국면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늘 느끼는 바지만 한나라당 진영엔 전략이 없다. 소통도 없다.
지나치게 비대하고 지나치게 둔감해서 늘 반응이 늦다.
이 같은 폐단은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한나라당이 네거티브나 색깔론 같은 20세기 선거 행태에 매몰돼 있는 동안 상대 진영은 광속의 빠르기로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분위기다. 낡아빠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제트엔진으로 진화하는 SNS의 위력을 간과했다. 더 이상 메이저 언론의 선동에 구동되지 않는 선거판 진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신개념의 소통기구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한 그 죄(?)가 참으로 크다고 하겠다.


내년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뽑거나 법조인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등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구상이 반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기로는 당내 다른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그럴 듯한 쇄신론이 우후죽순 봇물을 이루지만 여전히 공허한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이다.
결국은 진정성의 문제다.
스스로가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내놓은 해법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리 만무다.
당이 회생하려면 전략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절박함은 물론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수의 발전을 위한다면 진보진영 화법의 벤치마킹을 고려할 것을 권하고 싶다.
선명하고 강렬한 선거구호의 시각적 효과도 선거판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다. 예를 들어 ‘연산군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공격에는 ‘불임정당’이나 ‘신중우정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표현으로 대응하는 식이다. 분명하게 뜻이 닿고 젊은이들이 신명나게 외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한 구호의 생산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진영 화법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근엄하고 가라앉아 있어 마치 한편의 잘 정리된 논문 같은 느낌을 주는 화법으로는 찰나적이고 감각에 길들여진 젊은 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혹자는 정해진 패턴을 벗어나면 보수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고 걱정하지만 보수의 가치가 체면이 깎이는 상황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 발목 잡혀 망설이다 보니 ‘점진적 무상급식’이니 ‘대안없는 반값 등록금’ 등이니 하는 애매모호한 구호로 고립을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이며 더 나아가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겠는가.


서울시 입성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공약인 무상급식 사업을 결재하는 것으로 시장 업무를 시작했다. 당분간은 누구도 보무당당한 박시장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승자인 박시장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패자인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이 세웠던 시책들이 전면 백지로 되돌려질 위기에 처해 있다. 승자에 관대하고 패자에 박할 수 밖에 없는 역사의 냉엄한 현실이다.
구한 말 흥선 대원군을 주목한다.
수상한 세월을 이겨내고 자신의 원하는 바를 손에 넣고 천하를 휘둘렀던 그의 기막힌 처세술을 생각하게 된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실현할 권력까지 쥐지 못하면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게 역사의 숙명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도 책임지는 정치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정치 선택을 통해 승자를 가려왔다. 구호를 만들어낼 줄 아는 정치인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또 역사를 만들어 낸다.
물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행운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사상가로, 운이 나쁘면 몽상가로서 말이다. 이승만과 김구, 또 어떤 의미의 윤보선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들의 삶을 비교해보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각으로는 보수를 위한 나의 조언에 굴욕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 한켠에 내 생각들이 틀렸으면 좋겠다는 망설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하는 정도로라도 받아들여져 이 땅의 보수를 진일보 시키는데 일조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간절함에 이 글을 블로그에 담는다.


(2011. 10.31)
...홍문종 생각

2011년 9월 4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안철수 신드롬

 안철수 신드롬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돌풍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숨에 10.26 보궐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정작 당사자는 출마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목하 고민 중이라는데  대단한 위력이다.
가히 안철수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후보 경쟁력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마다 압도적인 표차이로 선두를 달리며 기존 정당의 유력후보들을 맥 빠지게 만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안철수씨와 개인적 친분은 없다.
그렇지만 그가 한국사회에서 썩 괜찮은 행적으로 신뢰받는 저명인사 중 한사람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동안의 행적 만으로도 여러 면에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의 존재가치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판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현실은 불편하다.  그가 인정받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의 다양한 능력들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나 자격 충족의 여건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씨는 정치적 DNA가 풍족하지 않다는 노파심이. 그의 훌륭한 인품이  정치에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걱정에 걱정을 부르는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가 학문적 성과와 특별한 연계성에 주목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학자로서의 성공이 정치적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사물을 깊게 살피고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지나치게 익숙한 학자의 특성 상 타협과 상생, 조화를 주요 가치로  내세워야 하는 정치를 소화해내기가 그다지 쉽지 않을 거라는 짐작이다. 
흔히 정치를  생물로 단정하게 되는 배경도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곤혹스런 상황 논리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공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정치도 고도의 독자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필요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고 우연한 기회나 덤에 대한 기대로  나설 수 있는  작업이  절대 아니다. 물론 걔 중에는 혜성처럼 제도권에 화려하게 진입해서 인생을 꽃피운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주 드문 일이다.
최종적인 성적표들을 보면 생각처럼 잘 적응해서 정치적 성공을 거둔 적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여건이 나로 하여금  스물 이후부터 정치를 들여다보는 삶을  살게 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실제로 그랬다.
숱한 인재들이 정치판 부나방으로 소멸되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남들보다 많았다. 
그 중 이태섭 전 장관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선배 정치인이시다. 경기고 서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미MIT에서 최단기로 박사학위를 딸 만큼 공학도로서의 장래가 촉망되던 그가 정치권에 영입된 이후 어떤 모습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했는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명성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로 정계를 은퇴했다.
국회의원 4선의 경력과 장관 경력이 도무지 위로가 되지 않는 상처를 스스로의 삶에 화인으로 남기면서 말이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반문하게 된다.
만약 정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더 행복했을까?
 
안철수의 인생진로가  지금의 궤적에서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야  나라가 잘 되는 게 맞지만 그가 하고 있는 지금 그대로의 역할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그의 불안한 전향이  전도양양한  인재의 굴절로 이어져  세계로 뻗어나가고자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결론이 된다면 이 보다 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 때 안철수 아이콘이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미래 비전은  정치역역이  아닌  곳에 그 기회가  훨씬 많다는 생각이다.   그는 세계 유수의 실력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는 모습만으로도  백 마디의 희망을 대변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그런 경쟁력 있는 인물이 왜 꼭 정치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설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를  정치판에 가두는  무모한 모험에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결심이 서면   뜻을  밝히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서울시장 출마를 만류하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로지   안위를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는 눈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었으면 한다.  노파심이면 좋겠지만 정치꾼들 등살에 손실되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은 나 한사람의 생각이 아니다. 
그의 결정이 본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에 보탬이 되는 삶을 선택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11. 9. 4)                  
                                  ....홍문종 생각                       

2011년 8월 2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수식어 유감

 수식어 유감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의 면모가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진작부터 적지 않은 후보군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던 터다.
그 중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눈길을 끈다.
‘사학재벌의 딸’이 그것인데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만큼 당사자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별칭일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나의원의 부친이 6개법인 17개학원에 관련돼 있는  건  맞다.
그렇더라도 교육기관인 사학을 재벌기업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무리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이사장 혹은 총장으로 사학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쉽사리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견에서 비롯된 일방적 편견이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평소 이 부분에 대해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때 마침 나의원 경우도 있고 하니 이 참에 사학재벌 용어의 부당성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의원이나 그 부모님이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학교 운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 경우 사학을 해서 재산가가 된 것이 아니라 재산가이기 때문에 사학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에 해당됐을 거라는 생각이다.
 
사학은 재벌기업과 달리 공익 법인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재정적으로 풍요로워도 사학의 돈은 단돈 일원도 개인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사학비리에 연루된 사건을 들여다보면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하거나 유용하다 탈이 난 경우는 많이없다. 대부분 항목을 변경해서 썼다가 문제가 된 사례들이다.
그것만 봐도 사학 재정이 얼마나 엄격한  규정에 속박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의원 부친이 관여돼 있다는  17개  학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자산 규모가 얼마가 됐건 개인재산이 아닌 학교 재산일 뿐이다. 이사장이 과외로 가진 재산이 있어서 재벌이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되, 학교재산을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사학재벌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
중고등학교 이사장 직위 역시 마음대로 돈을 운용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벌’ 운운은 어폐가 있다.
경민학원에도 여러 중고등학교가 있지만 대부분 재정 형편이 어렵다. 특히 국가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이사장 임의대로 유용할 재정적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대부분의 사학이 교육청 지원 없이는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실정인데 재벌이라니 언어도단이다.
사학법인의 이사나 감사직도 실상을 보면 돈과는 무관한 일이다.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사학들이 일종의 품앗이 개념으로 상대를 위한 봉사 차원에서 직함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를 주식 지분으로 이익을 분배하는 모양의 기업 지배형태의 하나와 동일시하는 건 거의 폭력에 가깝다.
혹여 몇 천억의 적립금을 예사로 받고 있는 몇 몇 잘나가는(?) 사학들의 배부른 정황을 전체 사학의 경우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실제로 이들 거대 사학들이 보유한 기금은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되고 명문으로 꼽히는 일부 대학에 국한된 얘기에 불과하다. 적립금을 쌓은 기간만 해도 수십 년인데 신생대학이나 중고등학교 형편과 비교하는 자체가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해하는 일도 많고 오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계속해서 똑같은 방향의 오해가 반복된다면 피해 당사자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실제로 수많은 사학들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다. 통폐합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더 나아가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특단의 대처가 필요한 이 때 '사학재벌'로 규정하는 일은 여러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하겠다.  삼성이나 현대 등의  기업과  같은 반열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고  재벌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는 측면에서   속앓이를 하는 사학 관계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몇 자 적어 봤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나 의원을 소개하는 적절한 수식어를  만들어 봤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교육자의 딸 나경원 의원.                      
그녀의  선전을  빈다.
                                   (2011.   8.  29)                      
                                          ....홍문종 생각                      

2011년 8월 22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카노사의 굴욕


카노사의 굴욕 

고등학교 때 독일 왕 하인리히 4세가 로마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 굴복하고 사면을 구했던  세계 역사를 공부한 기억이 있다.  이른 바 '카노사의 굴욕'으로,  서임권 투쟁이 정점을 이루던  1076년을  배경으로 한   사건이다. 특히   교황 앞에 무릎을 꿇은 왕의 모습을 담은  교과서  삽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당시로서는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었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을 일이지 왕까지 되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 담당 선생님은 “저렇게 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왕의 자리이고 그 자리가 주는 향연이다”라는 말씀으로 우리들의 이해를 도우셨는데 자리가 됐건 권력이 됐건 그로 인한 부가급부를 맛 본 사람일수록 그것을 위해서 최소한의 자긍심도 버릴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읍소하고’
카노사의 굴욕을 연상시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15분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던 하루였다.
주민투표 결과 투표율이 미달(33.3% 이하) 되거나 무상급식 안이 통과되면 서울시장직을 그만두겠다는 오시장의 파격선언이 정국을 들끓게 한 것이다.  
초임 때만 해도 서울시장 직무를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봤었다. 그런데 재선 임기 시작부터는  상황이 꼬이는 조짐이었다.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시장을 상대로  날린 견제구가   원인이었던 듯 싶다. 
그러더니 급기야  '자신의 결정이 이 나라에 지속가능한 복지와 참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서울시장직을 담보로 시민들에게 정치적 선택을 강요하는 초유의 일을 벌이고 말았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오시장이   자신을 서울시장 꽃가마에 태워줬던  '오세훈 선거법'에 지나치게 경도돼     시장직무를 볼모로 삼은  자신의 선택에  아무런   명분이 없는 현실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그의 성마름이  공감보다는   불신의  단초가 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 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회의원 시절 상임위 활동을 함께 했고 옆자리 지기의 인연을 나누기도 했던 나로서는 오시장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귀족스러운 용모와 정갈한 말솜씨로 뛰어난 설득력을 발휘하던 실력있고 합리적인 인물로 기억되는 만큼 오죽하면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 싶기도 하지만 공인으로서 지나치지 않았나 싶어 걱정이다.
 
이제는 무상급식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오시장의 황당하기까지 한 행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가 더 큰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정말 무상급식 이슈가 잠룡으로 평가받는 오 시장에게 있어 서울시의 산적한 문제를 제치는 최우선 순위의 가치였는지, 시장자리를 내던질 만큼 절박하고 심각한 현안거리였는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문제였는지 여부를 두고 좀 더 심사숙고 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또한 번번한 태클로 앞길을 가로막는 야당의 공세가 아무리 아팠어도 그렇게 빨리 손을 들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어렵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내심을 보여줬어야 했다.
진정한 리더십은 장애 앞에서 이를 극복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내공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 시장은 적은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하고 이해 불가의 계산표를 들이미는 조급함으로 스스로의 무기력을 드러낸 셈이다.
 
처음부터 많은 일들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로 몰고 간 자체가 개인적 과욕의 산물이었다.
 단정하기 이르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주민투표 결과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코 앞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사퇴’라는 배수진으로, 주민투표 이슈를 전환(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정책투표에서 오세훈 신임여부를 묻는 정치투표로 바꾼)시킨 성과로 보면 오시장 개인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셈법을 제시하는  언론이 보이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승부수 때문에 서울시민은 물론 당과 동료를 볼모로 삼았다는 지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오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결코 플러스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정황들이 족쇄가 되어  그의 미래 구속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오 시장을 공천해 서울시장으로 만든  한나라당으로서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좀 해야겠다.
주민투표 이후 예상되는 후폭풍들에 대한 수습책 마련에 골머리 아프게 생겼다.  
우선 당장 선거판에서 치룰 대가가 가장 아픈 매가 될   것  같다. 

‘무상급식이  저에게는 앞으로 시정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어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슈를 저의 정치적 열망과 일직선상에 놓고 생각해보기도 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줄곧 시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정성을 다해 섬기겠다는 게 저의 기본적인 마음입니다. 바꾼 것도 없고 변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잠시나마 무상급식 이슈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시장직을 걸겠다고 말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 부디 저의 아둔함을 용서하시고 다시한번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남은 임기동안 성실히 시장직무를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혹여 이런  담화문이 필요한 현실이 도래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오세훈시장을 아직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직 동료의원으로서, 오세훈시장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게도 오시장에게도 긍정적 사인의 퇴로가 활짝 열릴 수 있기를.
                              (2011. 8.23)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