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모델링
서울시장 선거전 분위기가 갈수록 태산이다.
양 후보 진영의 상대후보 흠집내기가 도를 넘는 형국이다.
폭주하는 네거티브에 후보들이 더할 나위없이 형편없는 인격체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기다간 누가 시장으로 선출된들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싶다.
이들의 공방대로라면 서울 시민들은 부적격자를 시장으로 선택하게 되는 어이없는 결론이다.
하는 행태를 보면 이번 선거 역시 실패의 조짐이 역력하다.
후보들의 볼썽사나운 대응이 정당정치의 위기국면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두가 국민 신뢰는 안중에도 없다.
정치권은 민심에 귀를 닫고 민심은 정치권을 외면한 가운데 그들만의 리그로 치르는 선거가 성공을 거둘 리 만무다. 더구나 역대 어느 선거도 특별히 뜨거운 성원이나 박수갈채 속에서 치러진 기억이 없다.
탐욕스런 선거판에 보내는 국민 냉소가 시베리아 냉기를 능가할 정도로 싸늘하다.
며칠 전 만난 하버드 동창회 회장단 모임에서도 흉흉해진 저자거리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들이 전하는 민심의 현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실책에 대한 불만의 정도가 생각보다 깊고 크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최소한 한번만이라도 자성의 기회를 할애했다면 정치권 전체가 이렇게까지 난국에 처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중학교 3학년 때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찬조연설자로 나섰던 한 친구의 재기발랄한 코멘트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단상에 나서자마자 그는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친구들에게 돼지라고 놀림을 받고 있다는 말로 좌중을 웃겼다. 그러더니 정색을 한 표정으로 돼지의 강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여러분, 실제로 돼지는 깨끗한 걸 좋아합니다. 다른 가축에 비해 협동심도 있고 사람에게도 정말 많은 것을 주는 유익한 가축입니다.”라며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몰아붙이지 않고도 자기가 선택한 후보를 회장에 당선시키는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비록 어린 친구였지만 여느 선거 참모 못지않게 우수한 전략을 썼다.
무엇보다 후보의 약점을 강점으로 부각시켜 유권자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전략은 오늘날 네거티브 독성에 찌들어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더도 말고 그 순기능적인 요소만이라도 벤치마킹 하면 어떨까 싶다.
며칠 있으면 이 혼탁한 선거전도 막을 내리게 된다.
누가 이길지 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의 문제다.
분열된 국민 정서를 봉합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작업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계속해서 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인 이전투구로 공론이 분할되는 소모전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의 큰 틀을 바꾸는 수고 없이는 위기와 불안에 사로잡히는 삶이 이어지게 돼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정치가 아닌 기쁨의 매개체가 되는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정치 리모델링에 나서 보도록 하자.
(2011. 10. 20)
...홍문종 생각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지금은 결단할 때
지금은 결단할 때
세계경제가 다시 침울 모드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이로 인한 시장 불안은 도통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포퓰리즘의 진수를 보여준 그리스 위기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세계 경제의 롤러코스터를 초래하고 이로 인한 일종의 도미노현상으로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정황과 무관하지 않은 현실이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선 세계 경제가 한번은 뒤집혀야 한다거나 심지어 중국의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써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1조가 넘는 달러 보유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풀어 위기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중국이나 경기침체로 제 코가 석자인 일본 등에 기댈 여지가 없고 정국 불안 때문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중동의 오일머니 역시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현재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빠진 프랑스보다 우리나라가 부도위험이 더 크다는 외신 보도가 충격적이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이 일으켰는데 발등의 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떨어지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가와 통화가치 급락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출 위주인 국내산업의 수익구조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도 있지만 신흥시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편견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신흥국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서 선진국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나 통화가치 하락을 주도하는 바람에 선진국의 경제 위기가 신흥시장 자금유출을 촉발시키는 촉매제로 작동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은행장을 비롯 국회의원, 재벌그룹 회장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직업군의 전 현직 인사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도 예외없이 우리 경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난무하는 백가쟁명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해결책이 별로 없다는 비관적 결론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야말로 7,80년대처럼 허리띠 졸라맨 새마을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독자적 해결방안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어서 시름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리먼 브라더스나 이번 그리스 사태에서 경험했듯 이제 경제도 더 이상 독자적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명제가 아니게 됐다. 나 하나, 내 나라만 잘 꾸려나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가 한 묶음인 경제 공동 운명체로 가동해야 비로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할 시점이 된 것이다.
결국은 이 어려운 국면을 어떻게 버티고 지켜내느냐가 관건일 텐데.
문득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몇 십 년 전에 배웠던 경제원론 1, 2 책장의 해묵은 먼지를 털게 했다. 거칠기는 하지만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우리의 경제현실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고민에 용기를 줬다.
우선은 상황논리에 따른 세부적인 매뉴얼의 효용성을 생각해냈다.
1:1 맞춤식으로 경제상황과 대상에 따라 최소한 서너 개의 대안을 매뉴얼로 준비해 배포하는 방식은 어떨까 싶다. 상황에 따라 중구난방인 개인적 대처보다 집단 매뉴얼을 이용한 방향 제시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예를 들어 재벌, 중소기업, 샐러리맨, 젊은이 등 계층별로 처한 상황이나 필요로 하는 요건이 서로 다른 상황을 감안해 몇 가지 경우의 수에 맞춘 매뉴얼을 제공해서 평소에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제현실에 대한 정부와 국민 판단의 엇박자는 그 어떤 상황이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데도 자꾸 괜찮다고 감쌀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정책전환으로 대처하는 정부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자본통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판이다.
그것은 다음 정권의 리더와 정부가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의제로 삼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위기의식으로 주위를 환기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 식의 노력으로 나라 전체를 이끌지 않으면 가중된 세계 경제 혼란 속에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우리 경제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임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의 대통령제하에서는 어차피 재선 보장이 안되는 직책이다.
환율이나 증시를 진단할 수 있는 구체적 데이터가 없어도 솔직한 진단과 대안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다음 정권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준다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결단이 필요한 때다.
국민의식이 변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달라지지 않고 퇴로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현실이 내게 주어진 전부라고 해도 현 상황에서 더 자제하고 견뎌야 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낀 세대의 일원으로 얘기하자면 배고픔이 도처에 널려있던 과거에 비해 경제적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아무리 추억이 아름답다고 해도 누구도 배고픈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 역시 이전의 것에 비해 더 잘 누리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니까.
돌아보면 그동안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였던 인생의 선물 중에서 상당 부분이 노력에 비해 과하게 주어졌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 일부를 대한민국의 미래사회를 위해 포기해야 한다면 마땅히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를 국민 전체가 할 수 있어야겠다.
개인의 작은 결단이 때로는 대한민국의 전부를 지탱시키는 거대한 힘이 되기도 한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비록 경제에 대한 '개론' 수준에 불과한 사설이지만 대한민국 전체 안녕에 기여하고 싶은 애국심의 발로로 평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2011. 9. 27)
....홍문종 생각
2011년 1월 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사자성어
사자성어
해마다 연말연시면 각종 사자성어들이 넘친다.
촌철살인의 현실 비판과 풍자의 대리만족이 주는 매력 때문인지 반향도 큰 편이다. 중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매년 연말과 연초에 각각 선정해서 발표하는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년을 '장두노미'(藏頭露尾)로 선정,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던 이들이 이번에는 ‘민귀군경’(民貴君輕)으로 신묘년 새해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제일 가볍다'는 뜻이란다.
왜 하필 맹자의 민본 사상인지 모두가 무겁게 고민해야 할 사회적 명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리더격인 대학교수들이 국민존중 화두를 환기시킬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편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안보불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관권이 인권을 경시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권력의 횡포가 자정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상최대의 무역흑자와 4.5%의 경제성장, 외교적 역량이 확장되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낭보‘를 쏟아내도 박탈감에 시달리는 국민에게는 허공의 메아리 일 뿐이다.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본격화 되는 느낌이다. 곳곳에서 권력누수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다른 정권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는듯 한데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이를 피하기 위한 권력 중심부의 무리수가 커지기 마련이다. 권력 기관들의 눈치보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민귀군경'의 충고가 절실할 테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한 편은 아니다. 민심 위에 군림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이다.
권력의 중심부의 있는 사람들이 권력에 취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 더 큰 문제다. 어차피 무위로 돌아가게 돼 있는 권력인데 그 한계점을 잊고 마치 영원무궁한 절대치를 소유한 마냥 현실을 망각하기 일쑤다. 국민을 틀어 쥐려는 권력이 성공한 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모든 것이 환타지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될 때까 그 헛된 시도를 멈추지 못하니 큰일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훨씬 나빠진 정국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의 변환과정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다.
2009년 말엔 '방기곡경'으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일을 한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그 1년 뒤인 2010년 사자성어는 '장두노미'였다.
그러던 것이 2011년 새 사자성어는 더 강경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바로 '민귀군경'이다. 계속 그런 식의 실정이 이어진다면 사직이나 임금보다 훨씬 귀한 백성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자성어다.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임금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아주 무서운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공공연히 민란 봉기를 선동하는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라 하겠다. 우리가 사자성어를 관전하는 포인트를 여기에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야 한다는 일기가성(一氣呵成), 뜻이야 좋다. 하지만 민심의 경고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자화자찬 일색의 상황해석은 무엇에 근거를 두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뤘던 모범적인 금융위기 극복 및 향상된 국격 등을 기반으로 선진 일류국가의 최종 목표를 위해 자만하지 않고 더욱 내실을 다져나가자는 의미, 국운 융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아 국민이 단합해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문턱을 막힘없이 넘어가자는 염원’ 등의 의지가 담긴 신년사에서 국민이 느낄 아쉬움의 파장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실과 유리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철렁한 기분이었다.
자신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변했는데 본인으로서는 진심인 것 같았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이라....
판단력의 오류가 문제인지 인의 장막이 문제인지 나조차 헷갈리게 되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가 통치의 근원점이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의 존재는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불행한 일이다. 5%의 소수가 국부의 95%를 쥐락펴락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국민과 정부 사이의 공감 영역이 갈수록 취약해 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임기가 가까워질수록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겠다는 초조함과 성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통합과 소통만이 해결책인 현실직시가 있어야겠다. 노장청이 하나가 되어 화합을 이루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지와 각오로 임할 일이다. 21세기 리더십의 화두가 소통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남과 북의 가슴이 한 마음으로 꽃 피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서도 똑같은 화두가 둥지를 트게 될 그 날을 고대한다. 그리하여 이 다음 사자성어에서는 태평성대의 노래들이 흘러 넘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2011. 1. 3)
...홍문종생각
해마다 연말연시면 각종 사자성어들이 넘친다.
촌철살인의 현실 비판과 풍자의 대리만족이 주는 매력 때문인지 반향도 큰 편이다. 중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매년 연말과 연초에 각각 선정해서 발표하는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년을 '장두노미'(藏頭露尾)로 선정,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던 이들이 이번에는 ‘민귀군경’(民貴君輕)으로 신묘년 새해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제일 가볍다'는 뜻이란다.
왜 하필 맹자의 민본 사상인지 모두가 무겁게 고민해야 할 사회적 명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리더격인 대학교수들이 국민존중 화두를 환기시킬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편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안보불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관권이 인권을 경시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권력의 횡포가 자정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상최대의 무역흑자와 4.5%의 경제성장, 외교적 역량이 확장되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낭보‘를 쏟아내도 박탈감에 시달리는 국민에게는 허공의 메아리 일 뿐이다.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본격화 되는 느낌이다. 곳곳에서 권력누수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다른 정권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는듯 한데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이를 피하기 위한 권력 중심부의 무리수가 커지기 마련이다. 권력 기관들의 눈치보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민귀군경'의 충고가 절실할 테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한 편은 아니다. 민심 위에 군림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이다.
권력의 중심부의 있는 사람들이 권력에 취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 더 큰 문제다. 어차피 무위로 돌아가게 돼 있는 권력인데 그 한계점을 잊고 마치 영원무궁한 절대치를 소유한 마냥 현실을 망각하기 일쑤다. 국민을 틀어 쥐려는 권력이 성공한 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모든 것이 환타지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될 때까 그 헛된 시도를 멈추지 못하니 큰일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훨씬 나빠진 정국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의 변환과정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다.
2009년 말엔 '방기곡경'으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일을 한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그 1년 뒤인 2010년 사자성어는 '장두노미'였다.
그러던 것이 2011년 새 사자성어는 더 강경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바로 '민귀군경'이다. 계속 그런 식의 실정이 이어진다면 사직이나 임금보다 훨씬 귀한 백성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자성어다.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임금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아주 무서운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공공연히 민란 봉기를 선동하는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라 하겠다. 우리가 사자성어를 관전하는 포인트를 여기에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야 한다는 일기가성(一氣呵成), 뜻이야 좋다. 하지만 민심의 경고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자화자찬 일색의 상황해석은 무엇에 근거를 두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뤘던 모범적인 금융위기 극복 및 향상된 국격 등을 기반으로 선진 일류국가의 최종 목표를 위해 자만하지 않고 더욱 내실을 다져나가자는 의미, 국운 융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아 국민이 단합해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문턱을 막힘없이 넘어가자는 염원’ 등의 의지가 담긴 신년사에서 국민이 느낄 아쉬움의 파장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실과 유리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철렁한 기분이었다.
자신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변했는데 본인으로서는 진심인 것 같았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이라....
판단력의 오류가 문제인지 인의 장막이 문제인지 나조차 헷갈리게 되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가 통치의 근원점이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의 존재는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불행한 일이다. 5%의 소수가 국부의 95%를 쥐락펴락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국민과 정부 사이의 공감 영역이 갈수록 취약해 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임기가 가까워질수록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겠다는 초조함과 성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통합과 소통만이 해결책인 현실직시가 있어야겠다. 노장청이 하나가 되어 화합을 이루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지와 각오로 임할 일이다. 21세기 리더십의 화두가 소통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남과 북의 가슴이 한 마음으로 꽃 피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서도 똑같은 화두가 둥지를 트게 될 그 날을 고대한다. 그리하여 이 다음 사자성어에서는 태평성대의 노래들이 흘러 넘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2011. 1. 3)
...홍문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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