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살아가면서 주변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남다른 인연을 나눈 사람의 성공은 당사자 못지않은 기쁨을 누리게 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국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내게 있어 그랬다.
전 세계가 ‘조용하고 당찬 반기문표 리더십’을 인정하고 그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허락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뛸 듯이 기뻤다.
하버드 행정대학원에서 그와 함께 공부한 인연이 못내 자랑스럽다. 더구나 하버드 행정대학원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전 세계가 쌍수를 들어 연임을 환영한 ‘세계 대통령’을 모임의 일원으로 둔 호사를 누리는 셈이니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양 종일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처음 유엔 사무총장에 임용될 당시만 해도 카리스마 부재네 뭐네 하면서 그에 대한 여러 걱정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번 방한 당시 그가 동창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연임 의지를 밝혔을 때 확신보다는 기원하는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우리의 동창이 마침내 자신의 뜻을 이루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총장은 훌륭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낮고 겸허한 목소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훌륭한 달란트가 전 세계 인류의 공영을 위해 쓰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할 때 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땅한 도리를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하고 여성이나 약자 등 소외계층을 만나면서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수칙은 오래 전 우리가 지켜보았던 그의 모습 그대로다.
하버드 시절, 누구보다 성실했고 겸손함으로 일관하면서 주위에 최선을 다하는 매너를 잃지 않던 신사로서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하버드에서 교내 은행에 내걸린 만국기 대열에서 태극기가 빠져있는 사실을 알리자 여러 곳을 수소문해서 기어이 태극기를 찾아내던 그의 성실함을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10살이나 어린 우리들과의 어울림을 마다하지 않고 보살펴주던 마음씨 따뜻한 장형의 모습으로도 기억되는 그다. 때도 없이 어설프고 치기어린 국가관을 토설하는 우리들의 만용을 끝까지 경청한 뒤에야 외교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보태며 조심스럽게 우리를 이끌어줬다.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면 언제고 달려와 서슴없이 잡아주던 맘 좋은 이웃 같던 그와의 인연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세대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개인과 개인이,국가와 국가가 서로 반목하며 미처 다 헤아릴 수도 없는 갈등을 빚어내는 풍경을 보면 이대로 치유 불가능의 상태로 고착되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총장의 탁월한 조정 능력은 금과옥조로 떠받들어도 결코 무리가 없는 귀한 가치라 하겠다.
중국은 물론 북한까지 쌍수를 들어 그의 연임을 환영한다고 하니 그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다시한번 반총장의 연임에 갈채를 보낸다.
더불어 우리에게도 세대간 갈등의 고리를 풀어내고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안내해주는 불세출의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2011. 6. 23)
....홍문종 생각
2011년 6월 23일 목요일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
이번만큼은 단순히 미국의 체면을 구기는 선에서 끝날 것 같지 않은 조짐이 역력하다.
이들이 입수한 ‘최근 3년 동안 대한민국을 포함한 270여개국에 주재하고 있는 해외 공관과 주고 받은 미 국무부의 외교 전문 25만 여건을 통한 ‘생생한 역사(?)’ 전달 작업은 당분간 멈춰지지 않을 듯하다. 각종 압력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창업자 줄리언 어샌지는 폭로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죽을 맛이겠지만 역사의 현장을 날 것 그대로 접하게 된 입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비밀의 성찬 - 역사가의 꿈이고 외교관의 악몽이다. 앞으로 몇 주간 독자들은 현재진행형인 역사를 코스요리로 즐기게 될 것“이라고 평하며 위키리크스의 행보를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폭로를 통해 반기문 유엔총장을 비롯한 유엔고위 관계자에 대한 일상적 사찰과 해킹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려는 힐러리 클린턴의 지시가 드러나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다. 특히 반기문 총장과 관련해서는 의사결정 방식과 유엔사무국에 대한 영향력 파악은 물론 DNA, 지문, 홍채 스캔 등 생물학적인 신체정보들, 그리고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 등 각종 통신 번호 등도 파악하라는 지시가 포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사찰은 불법’임을 분명히 한 유엔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침을 지시한 미국의 이중성이 국제사회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 생명이 문제시되고 있고 미국이 숨겨진 치부의 실상을 드러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에 대한 미국 외교적 시각이 적나라하게 표출돼 있는 문건 공개로 인해 전 세계 외교가가 술렁이면서 일부에서는 심각한 외교분쟁이 염려되는 상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린 후유증으로 미국이 입게 될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런 일들은 당연히 어떤 형태로든- 관행적이거나 전략적이거나-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범주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이번 일로 스타일이 구겨지긴 하겠지만 국익을 위한 업무 수행이라는 대명제임을 내세워 그다지 자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가끔 미국인들과 다른 미국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대체로 술수도 잘 모르고 규율과 규범을 잘 지키는 순박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같은 미국인의 모습으로 미국을 규정하는 건 위험하다. 미국을, 미국인들이 모인 공동체 개념 보다는 외부의 환경과 무관하게 스스로를 위한 법칙으로 움직이는, 독특한 캐릭터의 거대한 집단 개념으로 파악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미국의 몇 개 얼굴만으로도 알 수 있다.
1905년 가즈라 태프트 조약으로 필리핀과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었고 6.25 때는 한국전쟁을 도맡아 해결사를 자처했고 1945년 이후엔 일본과 한국의 국방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우방국으로서 양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월남전, 한국전, 이라크 전쟁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현장이 미국의 아젠다에 따라 운명이 엇갈린 희비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주도하에서 한국이건 필리핀이건 일본이건 월남이건 이라크건 그 때 그 때 주어진 조연의 역할에 충실했고 어쩌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서로가 최대의 이익을 나눈 것처럼 보였을 뿐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 역사가들도 많이 있다. 오직 미국의 관심사는 그들의 행복과 번영이라고 혹평하면서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위키 리크스 폭로 파동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의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본 명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수 많은 변수들 중에서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이고 그 길이 어디에 있는건지 하는 것들을 우리 나름대로 알아내고 판단해서 결정짓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있어야겠다.
존경하는 반기문 총장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훤히 내다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 내가 알고 있는 반 총장의 (외교적 역량 등)‘내공’ 대로라면 그는 이번 사건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도청하고 있다면 그 상황을 이용해서 역으로 도움이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차피 점점 단조로워지는 ‘정의’ 보다는 정글의 법칙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시점이다.
고정된 틀에 갇혀 옛노래로 권리 주장에 매몰되다간 밥 굶기 딱 좋은 시대적 상황에 우리가 살고 있다. 세계적 조류를 질서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살 궁리를 잘 해야 그나마 자기 밥그릇을 챙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전시 상황임에랴.
(2010.11.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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