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신종 망국병

신종 망국병

어려웠던 시절, 외국의 장학금으로 해외유학 기회를 얻어 인재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적지 않다.
그런 식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받은 선진교육을 접목한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6년부터 시행된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이 대표적 케이스로 꼽을 만 하다.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잉여농산물 수익금을 현지 적립했다가 해당국가와의 교육문화 교류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차원의 장학금이었는데 지금까지 약 120개국 10만 여명의 인재들이 혜택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이후부터 대상국이 된 우리나라는 1000여명이 그 기회를 얻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장학금이 대부분의 수혜자 인생에 결정적인 기회가 된 것은 불문가지다.
공부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장학생들은 저마다의 나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인적 자원으로 크게 쓰였다. 개인에게만 기회가 된 게 아니다.
미국 역시 이들 못지않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잉여농산물 판매 수익금보다 더 많이 남는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브라이트 장학금 인연들이 유력 인사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친미파'나 '지미파'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이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제도를 만든 미국의 본래 의도가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외국인 유학에 대한 장학금이 국제사회 지식인들을 위한 ‘은전’ 개념 정도의 단순한 해석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고 사느라 겨를이 없었던 시절에는 생각지 못했지만 우리도 몇 년 전부터 해외유학생 유치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상태다. 그들의 외교적 가치를 수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2년까지 국내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내용의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인지 2011년 9월 현재, 양적 목표치인 10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인 대학가 풍토가 우려를 낳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을 비하하거나 왕따시키는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국익이 뭔지 인식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애써 불러들인 유학생들을 '친한파'는 커녕 ‘혐한파’로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우리 대학생들의 근거없는 이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당혹스럽다.
생각해 보라. 불과 얼마 전까지의 우리 모습을.
그 때 우리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으로, 미국으로 몰려갔었다.
지금 우리가 곱지 않은 눈길을 치켜뜨며 함부로 대하는 이들처럼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기꺼이 낯선 나라를 향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고픈 배를 움켜쥐며 향학열을 태운 결과 마침내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그들이 현존하고 있는 작금이다.
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오래 전 자화상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를 찾아온 손님이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만 손님인 게 아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유색인종도 비전을 품고 우리 대한민국 땅을 찾은 똑같은 손님이다. 양국관계에 도움을 주는 메신저로 활약하게 될 미래상에는 조금도 차이가 없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미래 자원이다.
외국인 학생들 개개인을 보면 국적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뛰어난 점이 많다. 그들의 성장을 막고 있었던 낙후된 교육 시스템이 문제가 될 뿐이다.
이제 그들은 한국 유학을 통해 자기 앞에 가로놓인 장애물 치우기에 나선 셈이다. 예전에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머지않아 무한한 잠재능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그들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아닌) 다른 나라와 미국이 상충된 이해관계가 될 경우 미국 편을 들게 된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의 작용이 클 것이다.
그런 것이 외국인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이 아닐까 싶다.
우리 경민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와 있는데 머지않아 대한민국을 위해 전문외교 사절단 못지않은 역할을 발휘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그들을 각별하게 대하게 된다. 분기별로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대화를 통해 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정말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공부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공항,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대한민국과 경민대학에 대해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을 들이는 편이다.

학교 성적과 취업실적만이 대학생활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불어 함께 사는 지혜와 덕성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말이 서툴고 낯선 타국에 와 있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조금 희생해서라도 다 같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여유가 개인의 인격은 물론 국격을 높이는 큰 가치라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인간의 희망을 말할 수 있기에 정말로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진짜 과제물이다.

정신적 쇄국주의, 신종 망국병이다.
절대로 피할 일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유학생 99%를 전부 친한주의자로 만들어버리자.

(2011. 11.21)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청소년 범죄

청소년 범죄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성인 범죄를 능가할 정도로 흉악의 극단을 치닫는 현상이다.
교육 일선에 있는 입장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게 지독한 개인주의뿐인 가 싶어 자괴감이 앞선다.
치유를 위한 온갖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지 않다.
우리 사회의 동량이어야 할 청소년들의 피폐한 현실이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경쟁에서의 우위만이 최대의 가치로 인정하는 사회적 폐단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나만 만족하면 공동체 형편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심이 질서의식 실종을 빌미로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범죄가 기득권층이나 상류층의 여유를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얻어냈다는 가정하에 혹여 그들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적개심을 자극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른들의 진지한 반성이 요구된다.
청소년들의 왜곡된 가치관이라고 몰아붙이기엔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이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한 새내기들을 백수로 묶어버린 부인못할 현장도 있음이다.

간혹 청소년기의 왜곡된 가치관이 범죄행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습관적으로 남의 것을 훔치는 한국 유학생 동기가 있었다.
그의 거처에 가 보면 도벽이 인연(?)을 맺어준 공항의 기념품 같은 소소한 ‘장물’들이 적지 않은 규모로 진열돼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는데 정작 당사자에게 쓸모있어 보이는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중에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의외의 답변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이 자력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희생을 발판 삼은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그를 도둑으로 만든 주범이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도둑질은 복수를 위한 전리품의 일환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지 않았던 건 나 역시 청소년기에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복잡한 심정으로 선진문명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선진국 지위를 얻지 못했을 거라는 근거없는 적개심이었다. 심지어 법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 복수하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국내에 있을 때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생소한 정서였다.

청소년 범죄는 분명 교육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청소년을 대한민국 사회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어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겠다. 효 교육을 중심으로 인성을 배양하는 과정은 그 어떤 교육보다 우선한 가치이고 청소년 범죄를 퇴치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인간의 기본을 구축하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왜 더불어 사는 교육이어야 하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특히 더불어 살려면 지극히 당연한 스스로의 몫을 선뜻 포기하는 용기부터 갖출 일이다.
개인의 독창성이나 창조성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완성된 이후의 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범죄 해소를 위한 접점을 찾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협동과 단결을 강조하다 보면 평준화가 만들어 낸 수월성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반대로 학생들의 창의력이나 독창성 등에 방점을 찍다보면 지나친 이기주의다.
따라서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로 정하기 어려운 만큼 결론 자체가 유보적일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건 빠르게 늘고 있는 청소년 범죄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수수방관하지 말고 보다 빠른 진단과 해결책으로 청소년을 지켜냄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하자.
모두의 합일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11. 19)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제자리가 제일이다

제자리가 제일이다

요즘 들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주요 이슈는 단연 ‘한미 FTA 협상과 안철수 현상’이다.
하나는 ‘국익’을,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 선거’를 모토로 한 의제인데 대한민국 사회의 관심이 온통 이 둘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TA 샅바싸움으로 일촉즉발 전운이 감도는 정치권은 안철수 변수로 요동치는 가운데 선거정국을 시계제로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란의 와중에 FTA와 안철수를 잇는 ‘끈’ 하나가 생각의 고리를 끊고 튀어 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블로그 주제로 잽싸게 건져 올린다.

한미 FTA는 개혁개방의 관점에서 해석돼야 마땅하다.
역사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선진의 힘으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그만 협상에 종지부를 찍고 또 다른 아젠다 발굴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흐름을 막는 걸림돌로 인구에 회자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요소도 있다. 우리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개방의 기회를 놓쳐 정지돼 있는 동안 일본은 문호를 열고 선진문명을 선점했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우열의 간극이 생성된 것이다.

지금으로선 FTA 협상이 우리에게 어떤 대차대조표를 가져다 줄 지 알 수 없다. 다만 이익과 불이익의 경계가 최대한 공평해지도록 배려하는 독려는 있어야겠다. 이익이 나는 쪽은 불이익 측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살펴야할 책무를 지는 것도 좋겠다.
같은 맥락으로 안철수의 역할론을 짚어본다.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불확실한 21세기를 살아나가는 키워드라고 했다. 그늘지고 힘든 이들을 위해 돈을 쾌척하고 자신의 기량 껏 봉사하는 것을 자신의 사회적 채무로 규정하기도 했다. 세상은 그런 그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로 올려놓고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련의 행보로 짐작컨대 그 자신의 속뜻과 얼추 맞아떨어지는 진로같다.
그런데 나는 안철수가 자신에게 맞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4선 국회의원으로 정치판에서 영욕의 길을 걸었던 이태섭 전 국회의원은 미국 MIT에서 촉망받던 과학도였다. 그가 만일 정치가 아닌 과학도의 길을 택했다면 대한민국의 스티브잡스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한 때 인터넷 대통령으로 추앙받던 문국현 전 유한캠벌리 사장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꿈을 채 피우기도 전에 범법자의 신분이 됐다.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성공한 학자였지만 정치권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이수성,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인물들이다.

안철수 식으로 따진다면 미국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대통령 후보 0순위로 나섰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현실을 존중하고 지켰다.
정치를 하고 싶었던 스티브 잡스에게 “애플의 스티브 잡스지 정치인 스티브 잡스는 아니라고 만류하며 정치권에 발 들이지 않은 일이 스티브 잡스가 제일 잘한 일이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로스페로나 도널드 캠프 같은 미국 재벌들이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배경으로 남자들의 질투심을 지목하기도 한다. 돈 있으면 됐지 무슨 정치권력까지 넘보냐는 식의 시기심이 있단다.
우리의 현실이라고 다른 것 같지 않다. 실제로 FTA 등 주요 정치현안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에게 대중이 짜증 섞인 질타와 의혹의 눈초리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롭고 집요한 질문이 이어질 텐데 그 때마다 침묵이나 미소로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가혹한 채찍질로 그의 말문을 열기 위한 노력들이 시도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지도자로서의 소신이나 철학을 밝히라는 요구를 외면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대중은 더 이상 그를 연호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여태까지 잘 해왔던 일이면 금상첨화다.
내가 만일 안철수의 친구라면 그에게 망설임 없이 권하겠다.
지금껏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가야할 길이라 생각하면 스스럼없이 도전했던 것처럼 그의 길을 가라고. 아무래도 정치보다는 기존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더구나 FTA 정국에서 대한민국 IT 업계는 5천년 역사 이래 최고의 기회를 맞고 있다. IT의 성공이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경쟁력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택은 돋보인다.
내 알기로 반기문 총장이 대통령 적임 후보로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 대상이 됐던 건 지난 정권 때부터의 일이다. 그러나 그는 쇄도하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사무총장 연임을 위해 분주하던 올해에도 그의 대통령 출마설이 꼬리를 물었다. 당시 방한 중이던 그는 자리를 함께 한 우리들에게 (사무총장)연임에 방해가 되니 제발 국내 선거에서 거론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나놓고 보니 그의 유엔사무총장 연임은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정말 탁월했다. 그가 지금 유엔을 무대로 보여주는 활약상은 한국의 대통령은 물론 그 어떤 정치 지도자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그의 부친은 교수들이 정치판에 들어가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존경을 받고 살아온 아들이 정치판에 잘못 들어가 욕을 먹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아들의 성격 자체가 정치판 보다는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맞는데 그런 아들을 정치판에서 난리를 쳐서 끌어들여 고민하게 만드는 게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도 남기셨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순진무구(?)하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많은 이들에게 무덤이 되고 자긍심이나 자존심 따위는 아랑곳 없는 곳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분명 그의 역할이 있지만 정치권 진입은 좀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설익은 과즙을 맛보는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은 시행돼야 할 FTA를 잘 추슬러서 우리 사회에 그늘진 곳까지 잘 비춰지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안철수 역시 뭔가 해야한다면 제일 잘 할 수 있는 최적의 자기자리를 찾으라는 조언을 남기고 싶다.

(2011.11.17.)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타인능해(他人能解)

타인능해(他人能解)

타인능해(他人能解, '다른 사람도 쌀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라는 글이 붙어있는 뒤주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조선 영조 당시 전남 구례지방에서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 가문의 쌀 뒤주인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실천한 선조들의 아름다운 이웃배려의 단면을 보여주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류씨 가문은 쌀 2가마 정도가 들어 갈 수 있는 나무 뒤주에 늘 쌀을 채워두고 누구라도 필요하면 마음놓고 쌀을 가져가도록 했다. 특히 뒤주가 있는 부엌에 출입문 하나를 더 달아내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한 흔적은 감동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삶을 일상화 했던 선조들의 나눔 문화 현장을 생생이 보여주고 있다.
자랑스러워할만한 유산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안철수 연구소 주식의 소유 지분 절반인 1500억 정도의 거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단인데 그 신선함 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솔선수범해서 이 땅의 폐쇄적 기부문화를 바꾸고자 나섰으니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하다.
그는 대단한 일을 시작한 셈이다.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기부문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그의 행보는 칭송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도 반갑다. 무엇보다 그의 이번 쾌척이 대한민국 부자들의 순수한 재산환원 문화를 여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기왕에도 사회지도층의 기부행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부천사 김장훈씨의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 강제적이거나 징벌적 의미로 진행된 기부 절차가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였던 환경에서 충분히 그럴 만 했다. 특히 재벌가의 경우는 더 그랬다. 공교로운 재산환원 시점으로 구설을 자초했다. 실제 검찰 수사 등으로 위기 국면에 처할 때마다 재벌가가 면피를 위해 재산환원을 처방한 사실은 공개된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안원장의 재산 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안 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정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교차하고 있다. 그의 정치권 진입여부를 두고 많은 이들의 '평론'이 줄을 잇고 있다.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꼼수라는 지적도 있고 하필이면 지금이냐는 시비도 일고 있다.
이 모든 게 그가 누리고 있는 인기의 무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절정의 인기, 그거 별 거 아니다. 최대로 부풀려진 상태에서 특별한 대책이 수급되지 않는다면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건 눈 깜짝할 사이다. 정치적 야심과 맞물린다면 더더욱 약간의 어긋남에조차 단번에 평가절하되고 마는 안타까움이 있다.
인기의 허망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에 하나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이벤트라면 대중의 독설에 제물이 될 각오를 단단히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절대로 꼼수가 통할 수 없는 세상이고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정치판이다. 선거법 시비나 자기기만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산 헌납 약속과 관련, 꼼수를 부렸다며 호응은 커녕 비난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 재단' 이 좋은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을 다지게 된다.
특별히 큰일을 하고자 한다면 더더욱 꼼수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겠다고.

(2011. 11. 15)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화학적 변화라야 한다

화학적 변화라야 한다


신당설이 무성하다.
안철수 신당이니 박세일 신당이니 여야를 막론하고 실체도 불분명한 각종 설들이 그야말로 ‘설설’ 끓고 있는 정국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치열한 경쟁 국면이 펼쳐지는 정치의 계절이 임박해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선거 국면에 출마를 원하는 사람들이 넘치다 보니 기존 정당 외의 수요가 요구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거기에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현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높아진 점도 그 어느 때보다 신당 창당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에 다당제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차피 국민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 어렵다면 다당제야 말로 정당공천의 폐해를 어느 정도 줄 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유권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늘거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치인에게도 좀 더 명확하게 개인적 소신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다당제에 긍정적 측면이 많다.

물론 경계해야 할 폐단이 없지는 않다.
다당제로 인해 국론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 멸망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조선시대 당파 분쟁이 그 좋은 본보기다.
우리 역사를 폄하하기 위한 일본의 의도가 깔려있긴 해도 조선 사회를 피로 물들인 각종 사화의 배경이 되었던 사색당파의 치열한 기싸움은 확실히 문제였다. 건전하지 못한 경쟁심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뿐 아니라 조선의 멸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자리를 놓고 싸울 때 그 싸움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치열함이 사람들의 이합집산을 이끄는 동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도 분열이 집단이나 개인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패착의 결과를 피하지 못하는 불운이 지금껏 반복되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다.

대권을 꿈꾸는 이들을 둘러싼 암중모색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색이다.
후보 흔들기도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이는 내년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일종의 통과의례가 될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실패가 주는 교훈도 챙겨둘 가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선 가도에서 이 전 총재가 다 된 밥을 먹지 못한 데는 IJ와 JP 영입 불발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JP를 영입하라는 조언은 충정도 출신인 내가 왜 그를 데려와야 하느냐는 스스로의 과신 때문에, IJ 포용론은 결국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잘못된 참모들의 전략이 막아버렸다. 그 결과 이 전 총재는 두 번씩이나 다 된 선거를 놓친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반면, YS 집권이 3당 통합이고 DJ 집권은 DJP 연합의 산물이었다. 이보다 앞서 민주화 물결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집권이 가능했던 건 야권 분열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이 같은 역사적 정황은 2012년,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때만 되면 쇄신과 개혁이라는 화두를 들이밀고도 여전히 쇄신과 개혁을 당면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내부분열로 동력을 상실하고도 통합을 앞세운 정치적 수사로 사분오열로 찢긴 약점을 해소하지 못한 민주당이나 국민 앞에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을 자극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급한 반가움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했고 그 결과 ‘열광적 등장과 실망스러운 퇴장’이 반복됐다. 박찬종 변호사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사장의 좌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도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비슷한 과정의 산물이라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실체 없는 신당에 기대게 됐을까를 헤아리면 국민 앞에 한없이 죄스러워지는 마음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치권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안타깝다.
신당 창당이나 명망가 위주의 신진 수혈로 면피하려는 의도로 화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정신상태가 문제인데 무조건 껍데기만 바꾸려고 한다. 국민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정치를 원하고 있는데 인기몰이식 땜방질로 얼렁뚱땅 위기 국면을 넘겨보고자 하는 꼼수가 역력하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지금은 인물영입보다는 유능한 인재들이 관심을 갖는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비장함으로 2012년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2011.11.14.)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야간산행

야간산행


야간 산행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운영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
매월 1회, ‘月, 日, 時, 分, 秒’가 같은 숫자로 겹치는 특정한 순간, 정상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1월이면 ‘1월 1일 1시 1분 1초’, 2월이면 ‘2월 2일 2시 2분 2초‘에 정상을 찍는 식이다.

11월 11일인 어제가 그 D-day였고 행선지는 백운대 정상이었다.
(백운대가 행선지로 낙점된 배경엔 지난 달 산행의 아픈 기억이 작용한 바 크다)
이번에도 아침부터 빗방울이 흩뿌리는 등 심상치 않은 일기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산행 내내 신중하고 겸손한 모드를 유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11시 11분 11초에 무사히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다.

사실 등산이라면 나름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에게 ‘백운대 정상’ 정도를 고지탈환 운운하는 이 글이 결례가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패로 끝났던 지난 10월의 경험에 비추면 그리 과도한 오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난 10월 산행 목표는 10일 밤 10시 10분 10초 백운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북한산을 출발해서 백운대 정상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는데 워낙 많이 다녀 익숙한 곳이고 등산에는 모두들 한가락 한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안개 낀 일기 정도는 간단히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 문제없다며 감행한 등산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선두에 나선 사람이 알아서 안내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무신경하게 따라가다가 길을 놓친 것이다. 4시간여를 헤맸지만 끝내 정상(그리도 쉽게 생각했던)을 포기하는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길을 잃게 된 이유를 생각해 봤더니 몇 가지 반성의 여지가 있었다.
나친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 어이없는 실패를 부른 주범이었다.
실제로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안개 등 등반에 적합지 않은 주변 징후를 무시했다. 백운대 정도야 했던 안일함이 초래한 불명예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능력이었다.
무리를 인솔 통제하는 리더의 지휘능력이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의 정치 상황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보고 있다.
리더가 길을 잃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북한산을 헤매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것처럼 국가의 운명 역시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국민의 장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도자에 따라 국민 개개인이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 기막힌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도자 선택에 더 없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이 난국에 대한민국을 세계 지도자 국가 반열에 올려놓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더구나 쉽지 않은 정치상황을 감안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역량있는 지도자의 출현이 갈급한 상황이다.

때 마침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이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앞서 그리스 총리의 사퇴도 세계인의 주목을 끈 바 있다.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이탈리아나 그리스가 세계 경제 위기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리더의 교체가 악화일로에 있던 이탈리아 상황을 소생시키는 전환점으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총리가 바뀌고 정치가 바뀐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역시 지도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11월 11일 11시 11분 11시.
그 시각 우리는 백운대 꼭대기 있었다.
그곳에서 기도를 통해 저마다의 소망을 간구했다.
지도자 역할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꿈과 희망을 함께 다졌다.
10월의 실패를 털어내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우리의 미래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 머리 위를 비추는 밝고 명료한 달빛은 더 없는 반가움이었다.

(2011. 11. 12)
....홍문종 생각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주먹을 펴자

주먹을 펴자

정치권이 갑자기 과감하고 담대해졌다.
청와대 사과와 당 쇄신 요구에 목청을 높이는 정치적 소신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토록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던 감투에도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 초연한 모습들이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선거의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수명을 다해가는 권력의 끝자락이면 의례껏 출몰하는 선상탈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사분오열하는 정치판을 을 바라보는 심정이 조마조마하다.
선수들이 오월동주와 동상이몽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건만 4년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레퍼토리에 식상한 탓일까?
이를 지켜보는 국민 눈총이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하다. 당연한 결과지만 그렇지 않아도 보기 싫은 정치판을 더 혐오스럽게 만들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위기 국면을 맞은 정치권을 질타하는 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가히 백가쟁명의 시대라 할 만하다.
그러나 대부분 대안 없는 비판에 그치고 마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권이 국민적 공감과 호응을 얻는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인 대안과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정치 당사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눈 앞의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쇼맨십만 남발하는 정치인들에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자신들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국민이 보일 리 없다.

기득권을 버리고자 하는 진정성 차원의 문제 해결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게 오늘 날 정치추락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탐욕을 배제한 진정성만이 위기에 빠진 정치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정치인들에게서 진정성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니 걱정이다.
정치판을 구하려면 당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가장 비민주적 행태의 공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 환경이 가장 선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정당의 공천권 행사가 정당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명제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선택은 당 대표나 당의 유력 주자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국민 관심을 끌어낼 수 없다. 이는 오래 전부터 품어온 개인적 소신이다.
기득권이 얼마나 큰 권력이고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포기’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주장을 접고 싶지 않다. 그 거대한 권력을 포기하는 순간, 정치판이 확실히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분명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함께 하는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정치권에 신선한 활로를 열어주는 위대한 작업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령자 물갈이론’이 등장했다.
쇄신 운동의 단골 메뉴인 만큼 새삼스럽지 않지만 정치발전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접근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겨냥한 일방적이고 인위적인 기준에 의해 급조된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설득력 있는 기준을 만드는 데 실패한 정황이 역력하다. 해당자들의 반발로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데도 선뜻 나서서 이를 설득하거나 반박하는 움직임 자체가 전무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정당성을 뒷받침할만한 이론 작업이 부실한 탓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나 클린턴, 그보다 훨씬 앞선 세대의 케네디 등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어 미국 전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사람들이 물론 있다. 하지만 70세에 대통령이 된 레이건 등 고령의 나이에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사례들이 더 많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역시 죽는 순간까지 상원의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했고 국방장관을 지냈던 서먼드는 100살까지 상원의원을 했다.
저마다의 특성과 강점이 한데 어우러질 때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정치는 노장청의 어울림이 집단적 시너지로 작동하는 특성이 더 강한 분야다.
노인세대에는 젊음과 패기만으로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경륜의 에너지가 있고 노익장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역동성은 청년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나름의 강점이다. 저마다의 영역에서 나름의 기량을 인정받은 이들이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받아 투입된다면 정치판이 지금처럼 국민에게 외면 받는 수모를 겪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해결책으로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대통령 1인에 몰려있는 권력 체계가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현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권한을 나누거나 보완할 수 있는 부통령제를 도입한다면 완충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솔직히 있다. 부통령이 보완재나 대체재로 대통령의 통치영역을 보조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이 더 많다고 본다. 물론 선출직인 부통령에 대해 대통령처럼 탄핵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 지위의 보장이 있어야겠다.
부통령제가 정착된다면 4년 중임제에 대한 부담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4년 중임제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할 의제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내각제는 정부통령제 체제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사이의 갈등으로 나라가 크게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각제가 실시될 경우 재벌 기업 등의 자본이 의회를 장악하거나 파벌 보스의 영향력이 확대 등 또 다른 우려를 낳을 수 있다. 후보선출 과정에서 국민에 의한 공천과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는 분명 변해야 한다.
그러나 어영부영 제스처로 넘기려는 꼼수는 처음부터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줬던 실망과 혐오감을 상쇄시킬 만큼 강력한 매력이 담은 쇄신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만 되면 선상탈출의 일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잠시 고민해 봤다.
누군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다면 이루지 못할 바도 아닐 터, 나부터라도 움켜 쥔 주먹을 펴겠다.

(2011. 11. 10)
...홍문종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