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헌정기념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헌정기념관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5월 4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출마의 변

출마의 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이번 5. 15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나서게 된 새누리당 홍문종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총선에서 저희 새누리당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으시고 특별히 저 홍문종에게도 정치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정치 밖에서 지낸 시간이 적지 않기에 그렇게 주신 신뢰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신 그 사랑, 날마다 가슴에 새기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라는 지상명령으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더 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전당대회에 나설 생각을 했던 건 아닙니다.
저 아니어도 당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훌륭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그저 좋은 후보를 선택해서 열심히 박수나 쳐 줄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척간두 절대 절명 위기에 허덕이던 우리의 현실은 이미 안중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을 향한 심상치 않은 국민질타에 화들짝 놀라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당명을 바꾸면서까지 환골탈태 의지를 보인 덕에 그저 한숨 돌릴 여유를 얻었을 뿐인데 여기 저기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가 당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었습니다. 절박했던 순간은 벌써 다 잊은 듯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 흐트러져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고 막막했습니다.
대선 경쟁에 나선 당 후보군들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들 당 위기를 거드는 양상이었습니다. 연일 아군을 향해 날리는 독한 말화살로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벌리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현실을 외면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결과가 뻔할 거라는 조급함이 저로 하여금 무모한 용기를 내도록 부추겼습니다.

어느 날인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겠습니까마는 특별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 2012년은 특별히 더 유의미합니다. 대한민국 국운을 결정하는 데 있어 새누리당의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저희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운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중흥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으로 보답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 국민여러분과 당원동지들이 힘을 모아 새누리당을 소생시켜 준 은혜에 반드시 보답할 길은 정권 재창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소기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것이 제가 이번 경선에 나서게 된 가장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정치를 떠나 있는 동안 정치적 키가 부쩍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에 있었으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았을 민생현장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기회가 정치 방학 중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국민의 아픔과 눈물, 그리고 그 안타까운 눈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거리의 고달픈 서민의 발걸음에서, 지하철 바닥을 거처로 삼을 수 밖에 없는 노숙자의 삶에서, 갈수록 가벼워지는 시장 상인의 주머니에서, 고독한 독거노인의 허망한 눈빛에서 정치일선에 있는 우리들이 무엇을 주된 관심사로 삼아야 하는 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실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낮고 겸허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는 새누리당을 만들겠습니다.
실천은 물론 정치가 국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저 홍문종이 앞장서겠습니다.
대한민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갈등과 분열입니다.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빠짐없이 포진해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이 화근덩어리를 소멸시켜 국민화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야 간에도 고함과 몸싸움 없이도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 정당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당내 계파 문제로 인한 소모전으로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모두 다 품을 수 있는 맏형의 덕목을 갖춘 새누리당을 만들겠습니다.
뺄셈이 아닌 덧셈의 정치로 기존 정치권의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당과 당원께 엄청난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선택해 주셨고 세 번씩이나 경기도당 위원장직 수행을 허락해주셨습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여러 면에서 불민한 저를 받아주시고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국민과 당원을 위해 일하려 나섰습니다.
솔직히 이번 출마는 개인의 영달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가리는 행보가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고달픈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나선 건 그동안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국가와 민족, 당과 당원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보은해보겠다는 충정이었습니다.

부디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봉사와 헌신을 명령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정한 정의와 책임지는 희생을 통해 보수의 본래 가치를 실천하는 정치로 여러분 앞에 자신있게 나서고 싶습니다.
기꺼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위해 국가와 민족에 이 한 몸 다 바치겠습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2012. 4. 30)
...홍문종 생각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당선자 대회

당선자 대회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모여 '국민행복 실천'을 다짐하는 당 행사에 다녀왔다.
8년 만에 진입한 제도권 정치 무대에 대한 울렁증이었을까? 행사장소인 국회 헌정기념관에 들어서는데 순간 기분이 묘했다. 들뜬 표정이 역력한 초선의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불편한 낯가림이 나를 엄습했다. 드디어 대학 문턱을 넘게 된 삼수생의 심정이 이럴까 싶게 새로우면서도 전혀 새롭지 않은, 익숙하지만 서먹함이 공존하는 독특하면서 낯선 환경에 툭 떨궈진 느낌이었다.
누군가 붙여준 '5선급 3선 의원' 덕담조차 뒷방으로 물러앉은 듯한 고립감을 가중시키는 듯 했다.
15대 국회 당시 30대에 불과하던 내 나이가 어느 새 50 중반을 훌쩍 넘긴 현실과 무관하지 않지 싶다. 그 때 함께 했던 동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밖에 안남았는데 그나마 누구는 대선주자가 되었고 대부분 '덩치값'이라도 하는지 행사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은 현실이 내게 던져준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화두라도 푸는 것처럼 포지션 설정에 골몰해 있는 내 모습은 전학이 잦던 학창시절, 매 전학지마다 낯선 교실과 급우들 틈새에서 생존을 모색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조금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부모님의 교육열 덕택에 나는 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의 삶을 감수해야 했다. 수줍고 소극적인 첫인상으로 기존의 공동체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삶을 돌아보면 그런 식의 허허실실로 방심하던 '현지인'들을 접수하며 '무림의 고수'를 자처했다. 학창시절 반장선거, 회장선거를 평정할 때도 그랬고 스탠포드 대학에서의 학생회장 당선이나 국회의원 타이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오늘 역시 적진(?)을 탐색하던 그 때처럼, 스스로의 위치 찾기를 시작한 셈이다. (일단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결론으로 화두를 정리했다.)

자기 소개시간.
시간 관계 상 20초를 넘기지 말아달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말 잘하는 직업군 답게 다들 시간을 넘겼다. 무대 위치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신경전도 감지되는 분위기였다.
3선의 여유로움으로 무대의 중간자리를 자처한 나는 정확히 20초 안에 자기소개를 마쳤다.
'의정부 출신이다, 대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15대 국회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 때의 얼굴이 안보인다'는 세 문장이 내용의 전부였지만 나로선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전했다.
비법은 나만의 암호 동원이었다.
의정부 출신이라는 건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서 왔는데 의정부 위상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고 대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대선 자체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경고의 의미였으며 마지막으로 15대 국회를 운운했던 건 우여곡절 많은 먼길을 돌아오느라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경험이 당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담은 인사를 남긴 것이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시간 탓인지 찜통 더위와 긴장감 속에서도 당선자들이 저마다의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때를 놓치지 않고 특유의 관찰력을 동원해 19대 국회에서 함께 일할 동료들의 면면을 살폈다.
A는 들락거리고 B는 친화력을 발휘했다. C는 전화 통화가 잦았고 D는 어쩐지 음울한 표정으로 숨어있었다. 정치행로에서 대척점에 서 있던 이도, 함께 레지스탕스를 일구던 요원(?)도 고른 시각으로 관찰했다. 이렇게 수집된 동료들의 첫인상은 이전 15대 16대 국회에서 만난 동료의 그것처럼 내 비망록에 차분히 기록될 터인데 가장 확실한 오늘의 수확이었다.

'수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년월이 꿈이련가 하노라'
당선자 대회를 끝내고 새로운 다짐으로 마음을 추스리며 여의도를 떠나오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시조 한수가 약간의 설레임과 국가와 민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나를 각성시켰다. 정치 밖에서 지냈던 지난 8년이 결코 헛된 날들로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마음에 담게 했다.
정치 낭인으로 보낸 시간들이 현역 정치인이었으면 도저히 볼 수 없었을 안목을 내게 줬다. 정치적 역량을 숙성시켜준 참으로 귀한 세월이었다.
제대로 정화됐다는 확신이 나로 하여금 자신감에 차 있게 하는 건 열망의 순기능이다.
그렇게 뜨거운 열정으로 챙겨둔 법안들을 하나씩 손질해서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하겠다.
더불어 훗날 돌이켜 봤을 때 19대 국회에서의 삶이 내 생에서 가장 보람있고 빛나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일 새벽 예약된 생방송 TV 대담프로 출연약속이 잠자리를 재촉하는 바람에 아쉬움 속에서 생각을 접으며 4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2012. 4. 30)
...홍문종 생각